유력 후보지가 대부분 공급 물량이 넘치는 경기권인데다 주거지역보다는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업무지구로 개발해달라는 게 지역 민심이기 때문이다. 특히 토지 소유주들은 개발사업 진행으로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데 택지지구에 편입되면 공시지가의 1.5배 내외의 토지보상비만 손에 쥘 수 있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택지지구 지정 후 토지 확보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커 5년 내 목표했던 주택 보급을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역 주민 반발…“우리에겐 주택 대신 일자리 생길 업무지구가 필요”
지난 27일 국토교통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수도권에서 기존 30곳의 택지지구에 더해 14곳을 추가로 개발, 총 44곳에서 36만2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성남 서현, 김포 고촌, 구리 갈매, 부천 원종 등 14곳은 이미 확정됐고 나머지 30곳을 2022년까지 추가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에서는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개발할 수 있는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서초구 성뒤마을, 양재동 우면산 일대, 강서구 김포공항 일대, 송파구 방이동 일대가 거론됐고 경기권에서는 고양시 덕양구, 하남시 감북동, 구리시 교문동 등도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반대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각종 지역 카페를 중심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 실제 택지지구 조성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H공인 관계자는 “고양시 장항동에 5500가구 규모의 행복주택이 들어오는데 택지지구까지 지정해 집을 더 짓겠다고 하면 지역 주민이 반길 리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택지지구로 확정한 14곳 중에서는 이미 지역 주민과의 마찰이 표면화된 곳도 있다. 지난달 신혼희망타운 후보지로 확정된 경기도 성남시 서현동 일대에서는 대상 토지의 10%를 보유하고 있는 분당중앙교회와 토지 소유주들이 토지수용에 반대하며 개발저지에 나섰다. 구리 갈매역세권 토지 소유주들도 기존에 추진되던 역세권 개발사업이 중단되고 이 일대 80만㎡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역세권 개발로 땅값 상승을 기대했는데 헐값에 토지보상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남양주 진접2지구나 군포 대야미 등의 토지 소유주들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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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벨트 해제 우려 높아…지장물 조사 거부시 토지 보상 지연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지역을 막론하고 반대여론이 거세다. 이미 확정된 14곳의 공공택지 중 12곳이 그린벨트 지역이다. 서울과 가까울수록 그린벨트를 풀지 않으면 대규모 택지확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상훈 의원 역시 “갈수록 인구는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자꾸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난개발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도시의 인구와 기능을 도심으로 모아가는 압축도시 정책으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환경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이같은 반발을 무릅쓰고 택지지구를 지정하고 지구계획 승인을 한다 해도 토지소유주들이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면 토지보상 절차에 착수하기 어렵다. 과거 과천 주암지구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지구는 화훼·유통농가가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면서 보상이 지연됐고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뉴스테이 사업 역시 주민들의 지장물 조사 거부로 지구지정 고시 후 1년 반 만에 협의보상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택지지구 조성을 통해 5년 내 총 36만호 가량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토지 소유주들이 지장물 조사를 거부하는 식으로 합법적인 투쟁에 나서면 토지 보상과 택지 확보는 기약 없이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공급 과잉 상태에 있는 경기지역보다는 수요가 많이 몰리는 서울 강남과 도심권에 주택 공급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