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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비트코인으로 대표하는 암호화폐(가상통화·cryptocurrency)가 젊은이 사이에서 투자처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국내외 비트코인 거래 커뮤니티를 가보면 유용한 정보도 많지만 암호화폐의 미래를 마치 종교처럼 맹신하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자기만의 논리를 만들어 일확천금을 꿈꾸기도 합니다. 상품가치란 게 대중의 심리 요소에 따라 바뀐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큰돈을 배팅하는 걸 보면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투기세력’의 ‘장난질’이 난무하는 상장폐지 직전의 널뛰기 코스닥 종목에 개미투자자가 뛰어든 모습이 연상됩니다. 호기심에 소액을 넣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기본 개념은 이해하고 접근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중앙 서버 없이 개인 간(P2P) 거래되는 가상화폐입니다. 실체가 없다는 특징도 있는 사실 기존 화폐도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하며 점점 형태는 사라져가고 있죠. 결국 암호화폐의 핵심은 중앙 서버가 없다는 게 핵심이죠. 이를 위해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활용합니다. 디지털 서명 단위(블록)의 연결된 기록(체인) 모든 사용자(서버·PC)가 공유하는 개념입니다. P2P 방식의 파일공유 사이트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좀 더 쉬울텐데요. 파일공유 사이트는 웹하드와 달리 중앙 서버가 없는 대신 개인 컴퓨터의 파일을 필요한 모두가 공유하는 형태입니다. 블록체인은 파일이 아니라 가벼운 디지털 서명이기 때문에 더 빠르고 정확하다는 거죠.
명색이 화폐인 만큼 통화량을 제한해야지 그 가치가 적정 수준을 유지하겠죠. 비트코인 개발자는 이 때문에 100년 동안 2100만개만 발행되도록 설계됐습니다. 또 발행량이 늘어날수록 ‘채굴’이 더 어렵게 했습니다. 이 동네에선 발행을 ‘채굴(mining)’이라 부르죠. 10년 남짓 지난 현재 채굴량은 약 1660만 비트코인. 이론상으론 2050년 이후에도 채굴이 이뤄지지만 그 양은 미미하겠죠. 물론 그렇다고 전체 통화량이 2100만비트코인밖에 안되는 건 아닙니다. 채굴의 원리는 복잡한 연산을 푸는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를 개념적으로 이해하긴 참 어렵더라고요. 하여튼 수년 전엔 고성능 그래픽카드(GPU)로 개인이 채굴하는 게 가능했지만 지금은 이들 대부분이 대형화·기업화했습니다. 채굴장을 형성한 겁니다. 개인은 이 채굴장 내 채굴기 일부를 임대해 소량을 채굴합니다. 클라우드 마이닝이라고 합니다. 채굴장 중에선 한글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곳도 있으니 공부한다면 채굴 체험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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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는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닙니다. 비트코인이 전체 거래량의 절반에 달하지만 다른 것도 많습니다. 시가총액 기준 2위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에서 분리된 비트코인 캐시를 비롯해 1000종 이상이 있고 계속 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대안 격으로 나왔다고 해서 ‘알트코인’(alt-coin)이라고 부르죠. 기업이 투자를 받기 위해 신규기업공개(IPO), 즉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처럼 알트코인 개발자는 신규코인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암호화폐를 퍼뜨리고 그 대가로 진짜 현금, 투자금을 챙깁니다. 국내 거래소는 보통 10개 남짓 코인을 거래하고 있습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과 작동 방식이 조금씩 다릅니다. 개발을 주도한 핵심 설계자가 설계하기 나름이죠. 정말 유용한 방식의 코인도 있지만 개발자가 돈만 챙기고자 만든 사기에 가까운 코인도 있다고 합니다. IPO는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받지만 ICO는 아직 사각지대입니다. 중국이 ICO를 전면 금지한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국내에서도 ICO 규제 움직임이 있죠.
ICO는 암호화폐 전체 시장에 돈을 끌어오는 역할도 합니다.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느려지면서 가파른 성장세가 주춤해진 모양새입니다. 새로운 것에 투자해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로선 별로 매력적이지 않죠. 투자를 받으려는 사람은 정부 규제 밖에서 돈을 끌어모으려 ICO를 하고, 투자자는 대박을 꿈꾸며 ICO를 주시하는 상황입니다. ICO란 섬은 보물섬일 수도 있고 맹수가 우글거리는 무인도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화폐 혹은 상품으로 만드는 주체, ‘큰 손’은 셋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코인을 만드는 △핵심 기술자와 이를 발행하는 △채굴자, 대중이 손쉽게 거래(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거래소입니다.
채굴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끊임없는 채굴로 암호화폐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그 가치를 지키고자 집단 실력행사에 나서기도 합니다. 비트코인의 핵심 개발자가 느려진 거래 속도를 개선하고자 ‘확장’을 추진했으나 채굴자의 반대로 무산됐죠. 비트코인이 올 8월 비트코인 캐시란 또 다른 알트코인으로 분리된 건 이 때문입니다. 이 대로라면 비트코인은 포화 상태가 될 때마다 분열을 거듭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화한 채굴자들은 숙명적으로 채굴을 이어가는 동시에 채굴한 코인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바칩니다. 또 비트코인의 채굴 채산성이 떨어지는 시점이 되면 또 다른 암호화폐, 이른바 알트코인을 채굴해 그 코인의 가치를 끌어올리려 하겠죠. 이들의 숙명입니다. 마지막 이해당사자 코인 거래소는 대중으로부터 진짜 돈을 더 많이 끌어오기 위해 노력합니다. 거래량이 곧 수익인 이들은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투자자의 손실보다는 거래량 그 자체를 늘리려 홍보를 이어갈 갑니다. 이들 세 이해당사자의 연합 전선이 암호화폐의 유지하는 힘이자 가격을 끌어올리는 동력인 셈이죠.
여기까지 정리해 놓고 보니 허무하기도 합니다. 주식시장의 개미가 중앙은행이나 대형 헤지펀드 같은 ‘큰 손’을 피해 암호화폐 시장에 왔는데, 여기에도 이미 큰 손은 존재합니다. 증권시장이든 암호화폐 시장이든 개미는 개미일 뿐인 거죠. 이들 큰 손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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