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기술없는 韓드론업계... 경쟁력대신 거품만 커져

국내 드론업체 1200개 난립..국제적 기술력가진 기업 전무
주가 올리기 위해 드론산업 진출한다는 지적도
전문가 "대기업 과감한 투자로 기술경쟁력 강화 시켜야"
대기업 "정부규제로 시장성장 불투명해 과감한 투자불가"
  • 등록 2016-04-25 오전 7:00:00

    수정 2016-04-25 오후 1:57:17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드론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드론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핵심 기술은 보유하지 않은 채 단지 주가상승과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드론시장에 진출하는 기업이 많아 ‘드론 거품’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드론시장에 낀 거품이 빠지면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깊다. 드론업계와 전문가들은 대기업이 나서 시장의 질적 성장을 견인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드론 산업화에 있어서 핵심기술은 자동운항을 포함한 인공지능(AI) 기술과 이를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기술. DJI, 유닉, 3DR 등 해외 선도업체들은 이미 자동운항이 적용된 드론을 상용화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는 여전히 해당 기술 분야에서 걸음마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장남감용이나 레이싱용 드론 조립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그나마 기체만 제조하는 초보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3DR, 오픈파일럿(Open Pilot)과 같은 해외 유명 업체에 의존한다.

미국의 드론업체 3DR은 최근 건축 설계 프로그램 전문업체 오토캐드와 손을 잡고 드론을 이용한 건출 설계 및 시공 서비스인 ‘사이트스캔(Site Scan)’을 선보였다. 자동운항 시스템으로 건축 전문가들이 손쉽게 드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3DR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드론업체는 약 1200개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무려 5배나 증가한 규모다. 이 중 드론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은 전무하다. 대부분은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다. 자동운항과 같은 AI 기능이 적용된 드론을 개발하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 국내 드론산업의 현주소다.

반면 세계시장은 드론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DJI의 ‘팬텀4’의 경우 손가락 터치 하나만으로 장애물을 회피해 목적지까지 도달함은 물론 피사체를 인식해 추적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중국 SMD의 ‘미라지’는 손가락 굵기의 장애물도 피할 수 있다. 스탠포드대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펜싱칼을 피할 정도의 회피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최근 몇몇 업체는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하면서 드론을 이용해 주가 올리기에만 급급하며 ‘드론 거품’을 키우는 모습도 포착됐다. 항공기 부품 전문회사 S사는 정찰 및 수색 등에 특화된 드론을 개발 중이라고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드론은 쿼드콥터(프로펠러가 4개 달린 기체)와 비행기를 합쳐 놓은 모양으로 수직으로 이륙한 후 날개를 이용해 비행하는 제품이다. 글라이더와 같은 원리로 공중에 체류함으로써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해당 제품이 약 1시간 가량 운항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1500만원이라는 고가에 다양한 임무 수행이 불가한 이 드론이 과연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분적인 자동운항에 다양한 센서가 부착된 제품도 1000만원을 넘지 않는데 특별한 기능이 없는 드론을 1500만원에 내놓은 것은 이유를 알기 힘들다”고 말했다.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이 회사가 주가를 올리기 위해 드론산업에 무리하게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IoT(사물인터넷) 전문기업 E사는 지난해 12월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드론산업 진출을 발표했다. 이후 이 회사 주가는 장난감용과 레이싱용 드론을 연달아 출시하며 지금까지 39% 올랐다. 이 회사의 드론은 제품 자체만으로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단순 장난감용 드론을 개발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해당 중소기업들은 국내 중소기업 환경 속에서 세계적인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E사 관계자는“국내 실정상 드론에 대한 관심은 높으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먼저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매출과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기에 장난감용 드론을 먼저 출시한 것이 맞다”라며 “조만간 기본적인 자동운항이 탑재된 제품을 내놓을 것이며 점차 기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드론업체인 유콘시스템 관계자는 “국내 드론업체 대부분이 중소·벤처기업인 만큼 자금이 부족하고 전문인력도 유치하기 힘들다”며 “국내 산업 환경에서 제대로 된 기술개발을 하기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이나 M&A(인수합병)을 통해 전략적으로 핵심기술 개발을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드론업체 대표는 “지난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아쉽게 대기업 측에서 내부 검토 후에 이를 철회했다”며 “중소기업에 이런 기회가 많이 찾아 온다면 한국이 세계 드론시장을 선도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대기업이 나서 시장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줘야 할 시기라고 말한다. 송용규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과 교수는 “핵심기술이 확보되지 않는 한 해외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지금 당장은 돈이 될 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거품이 꺼지면서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게 될 것”이라며 “자금과 기술력이 있는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삼성전자(005930)가 지난 드론 관련 TF를 전장사업부 내에 15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한 것이 신기술과 관련된 유일한 희소식이다. 아직 눈에 띄는 활동은 보이지 않지만 사업성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은 규제로 인해 드론산업이 날개를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들어가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드론산업의 성장이 뚜렷하다고 하지만 정부의 규제에 언제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지 모르는 일”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망설이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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