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2007년 입주한 서울 양천구 신월동 ‘금하뜨라네’ 아파트. 이곳 주민들은 엘리베이터가 있는데도 입주 후 지금까지 9년 동안 7층까지 걸어 다니고 있다. 아파트 준공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엘리베이터 운행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아파트를 다 지은 후 준공을 받기 위해선 사용검사를 득한 후 준공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사용검사를 받으려면 총 공사비의 3%에 해당하는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해야 한다. 보통 하자보수보증금은 건설사가 예치한다.
| △시공사 파산으로 하자보수보증금을 미납하고 준공 승인도 받지 못해 올해로 9년째 입주민들이 무단 점거 상태로 살고 있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 ‘금하뜨라네’ 아파트. 지난해 말 주택법이 개정되면서 이 같은 무단 점거 공동주택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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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아파트의 경우 건설사가 사업 중간에 파산한 탓에 하자보수보증금을 예치하지 못해 준공 승인은 물론 사용검사도 받지 못했다. 입주민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다면 하자보수보증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사용검사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워낙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이다보니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한 채 법적으로 무단 점거 상태로 9년여간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금하뜨라네아파트처럼 주택이 완공됐으나 건설사의 파산으로 사용검사를 받지 못해 무단 점거 상태에 있는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이 전국에 걸쳐 1937가구에 이른다.
이 같이 무단 점거 상태인 거주민들은 생활 불편뿐 아니라 아파트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매매를 할 때도 미준공 상태이기 때문에 제값을 받기도 어렵다.
그런데 다행히 지난해 말 국회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무단 거주 상태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발의해 통과시킨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주택이 완공됐으나 사업 주체의 파산 등으로 사용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무단으로 거주하는 입주 예정자가 사용검사를 신청할 경우 무단 거주 기간에 따라 하자보수보증금을 깎아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감면율을 보면 1년 경과시 10%, 2년 35%, 3년 55%, 4년 70%, 5년 85%, 10년 100% 등이다.
금하뜨라네아파트의 경우 5년 이상 10년 미만으로 85%의 할인율을 적용받게 된다. 당초 하자보수보증금은 3억여원으로, 이를 5000만원 정도로 감액받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개정 법안에 따라 금하뜨라네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달 25일 ‘준공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준공 승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 법안은 올해 연말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무단 거주민들은 연말까지 사용검사 신청을 해야 하자보수보증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