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특가’에도 쌓여가는 미분양 물량
집값 더 받으려 ‘스리룸’ 위주 공급도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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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10시께 찾은 서울 강서구 방화동 인근 한 신축 빌라(다세대주택). 기자와 동행한 공인중개사는 한 달 전 완공됐다는 이 빌라 안에 마련된 본보기집으로 안내하며 대뜸 가격 할인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지난해 방화동 일대에 신축 빌라 물량이 쏟아졌지만 얼마 전부터 주택 경기가 얼어붙어 거래가 뚝 끊겼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둘러본 강서구 공항·방화·송정동 일대 신축 빌라 5곳 모두 2~3채씩 비어 있었다. 가까운 서울지하철 5호선 송정역 인근 전신주와 버스정류장 표지판 등에는 ‘100만원까지 생활비 지원’, ‘신축 빌라 급매’, ‘파격 특가분양’ 등의 문구로 가득한 전단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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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서울·수도권에서 준공(입주)한 연립·다세대주택은 7만 4591가구로 12월분을 빼고도 전년(6만 9806가구)보다 4785가구(7%) 늘어났다. 최종 집계가 끝나면 약 8만 1400가구 수준에 달한 것으로 추산돼 2011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인·허가 물량도 10만 4401가구로 전년(7만 1751가구)보다 45.5%나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허가를 받은 물량이 올 상반기 본격적으로 입주하면 준공 후 미분양이 급증하고 추가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서울의 경우 집값이 비교적 저렴한 강북권에서 연립·다세대 거래가 활발했는데, 입주 물량이 갑자기 늘면서 빌라 시장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연립·다세대 거래량이 서울에서 가장 많은 은평구도 매물을 찾는 발길이 끊겼다. 서울시 자료를 보면 지난달 은평구의 하루 평균 매매 거래는 17.4건이었지만 이달 들어 8.7건으로 반토막 났다. 조만간 거래 감소에 따른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 엇박자…대출 규제도 악재
수요와 공급의 엇박자도 시장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립·다세대주택 수요자들은 대부분 신혼부부 등 젊은층이라 같은 면적이면 거실이 넓고 방은 2개인 ‘투룸’을 선호한다. 하지만 건축주들은 집값을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스리룸을 집중적으로 지은 탓에 미분양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빌라 분양 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투룸은 수요가 많아 비교적 빨리 나가지만 씨가 말랐고 스리룸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어떻게든 입주자를 구해보려고 투룸을 원해도 스리룸을 보여주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다음달 서울·수도권에서 시행될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립·다세대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담보 가치가 낮은 데다 대출 심사 강화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예전보다 훨씬 까다로울 수밖에 없어서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대출 규제를 통해 정말 집이 필요한 서민들까지 옥죄고 있다”며 “차라리 무분별한 전세자금대출을 규제하는 편이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신축 연립·다세대주택의 미분양 적체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연립·다세대 입주 대기 물량이 많아 앞으로 가격은 더 떨어지고 팔기도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시세 차익 기대감을 버리고 철저히 실수요 차원의 주택 마련 목적이 아니라면 매입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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