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앞에 체면도 없다'..국산신약 복제약 경쟁도 점입가경

천연물신약 '스티렌' 복제약 60여개 제품 발매 예고
대웅·한미 개량신약 시장에도 복제약 무더기 침투
시장 점유율 감소..약가인하로 매출 타격 불가피
  • 등록 2015-06-15 오전 3:00:00

    수정 2015-06-15 오전 3:00:00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국내업체가 직접 개발한 신약 제품의 복제약(제네릭)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과거 경쟁업체가 공들여 만든 신약 시장진출을 꺼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제네릭 경쟁구도가 다국적제약사와 국내업체의 시장 쟁탈전에서 국내업체간 무한경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제약사들의 먹거리 부재에 따른 새로운 현상이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JW중외신약(067290), 대웅바이오 등 9개 업체가 위염치료제 ‘스티렌’ 제네릭의 보험약가를 받았다. 지금까지 모두 66개 업체가 스티렌 제네릭 제품의 허가와 약가 등재 절차를 거쳐 발매 채비를 마쳤다. 오는 7월 스티렌의 특허 만료를 앞두고 제네릭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사전 움직임이다.

동아에스티의 천연물신약 ‘스티렌’
지난 2003년 동아에스티(170900)가 개발한 스티렌은 쑥으로 만든 천연물신약이다. 발매 이후 누적 매출은 약 7000억원으로 ‘국민 위염약’ 평가를 받으며 대표적인 국산신약으로 자리매김했다. 연간 처방량이 2억개를 웃돈다.

스티렌의 높은 시장성에 국내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제네릭 시장을 두드리는 형국이다. 대웅제약, 일동제약 등 영업력을 앞세운 상위제약사들도 대거 뛰어들 태세다.

국산신약의 제네릭 시장에 국내제약사들이 무더기로 진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풍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산신약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국내업체가 경쟁사가 개발한 신약의 제네릭 시장에는 진입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리베이트 규제, 약가인하 등 국내 제약업계 환경 변화로 제약사들이 먹거리 부재에 시달리면서 기존에 소홀했던 영역도 적극적으로 침투한다는 얘기다.

스티렌의 경우 이미 지난 2013년부터 종근당, 제일약품, 안국약품 등 6개사가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제조방법을 바꾼 개량신약을 내놓고 일찌감치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이들 업체들은 동아에스티와 특허소송을 진행할 정도로 열띤 시장 진입 경쟁을 펼쳤다.

대웅제약(069620)의 위장약 ‘알비스’도 국내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시장이다. 알비스는 3가지 성분의 위장약을 결합해 만든 개량신약이다. 지난해 591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대웅제약의 간판 제품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알비스는 지난 2013년 조성물특허 만료 이후 38개의 제네릭이 진출했다. 대웅제약은 상당수 제네릭 업체에 완제품을 직접 공급하고 알비스의 용량을 늘린 후속제품 ‘알비스D’를 내놓으며 시장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실정이다. 대웅제약은 알비스 제네릭을 생산하는 한올바이오파마를 최근 인수했지만 시장을 독식할 때에 비해 점유율 감소는 불가피하다.

스티렌·알비스·아모잘탄 복제약 현황
한미약품(128940)의 간판 개량신약 ‘아모잘탄’도 이미 제네릭 업체들의 타깃에 노출됐다. 지난달 휴온스, 서울제약 등 13개사가 한미약품과의 특허심판에서 승소하고 9개월동안 먼저 팔 수 있는 우선판매권을 따냈다. 한미FTA 합의로 도입된 허가특허연계제도의 첫 사례다.

오리지널 업체 입장에서는 제네릭이 발매는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제네릭 침투에 따른 점유율 하락 뿐만 아니라 보험약가 인하에 따른 손실은 치명적이다. 현행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발매되면 즉시 오리지널 의약품의 가격은 30% 인하된다. 지난해 535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린 스티렌의 경우 제네릭이 발매되면 연간 161억원의 매출이 사라지는 셈이다.

제약사들의 제네릭 과당 경쟁은 소모적인 영업 경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수십개 업체가 똑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영업력을 보유한 업체가 우위를 선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의 제네릭 판매에 치중하면서 신약 개발에 소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제네릭 판매를 통해 캐시카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크다”면서 “시장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과거에 뛰어들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도 기웃거려야 하는 현실이다”고 토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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