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마이너 브랜드의 '반격'

캐딜락 지난달 역대 최대 판매량
인피니티·볼보도 성장률 최상위
'꼴찌' 말리부도 디젤 효과 '톡톡'
  • 등록 2014-10-20 오전 5:00:00

    수정 2014-10-20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동차업계 마이너 브랜드들의 반격이 최근 들어 매서워지고 있다. 메이저 브랜드들의 독주를 제지하겠다는 마이너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판촉 전략에 다양해진 소비자 취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캐딜락·인피니티·볼보 일제히 ‘약진’

미국 GM의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수입사 GM코리아)은 지난 9월 총 89대를 판매하며, 지난 2010년 12월(83월) 세웠던 월간 기준 역대 최다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캐딜락은 지난 한 해 300대, 월 20대 초반 수준의 판매에 그친 수입차 꼴찌 브랜드다. 그러나 올 1~9월 판매량은 33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9% 증가세다. 이는 수입차 전체 판매증가세(25.6%)를 웃도는 실적이다.

자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GM코리아는 올 들어 쉐보레 딜러사와 손잡고 국내 판매망을 총 9개로 확대하는 동시에 준대형급 고급 세단 CTS 신모델을 투입하면서 공격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CTS는 물론 지난해 출시 후 빛을 보지 못하던 중형급 고급 세단 ATS의 판매량도 덩달아 늘었다.

캐딜락은 올 연말과 내년 이후에도 1대 이상씩 꾸준히 신차를 출시해 판매 상승 무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동안 저조했던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와 볼보도 수입차 최고 수준의 판매증가세다. 인피니티는 올 1~9월 지난해보다 약 3배(196.6%↑)인 2174대, 볼보도 62.3% 늘어난 2142대다.

두 브랜드 역시 야심 차게 준비한 신모델이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올 2월 출시한 인피니티의 준대형급 고급 세단 Q50은 전체 인피니티 판매량의 83%인 1807대가 판매됐다. 한국닛산은 연말 소형 SUV 캐시카이도 투입해 닛산의 판매 확대에도 나선다.

볼보자동차코리아도 올 6월 S60과 S80을 비롯한 5개 모델의 신모델을 한꺼번에 투입하며 판매 확대에 나섰다. 배기량 2.4리터의 새로운 가솔린·디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연비를 이전보다 10~20% 높인 게 특징이다.

캐딜락 CTS. GM코리아 제공
인피니티 Q50. 한국닛산 제공
중형 꼴찌 ‘말리부’, 디젤 모델은 1등

국산차에도 이런 변화의 바람은 불고 있다. 국산 중형 세단 중 판매량이 가장 적은 쉐보레 말리부가 국산 디젤 세단 부문에선 1위에 올라선 것이다.

한국GM이 올 3월 출시한 말리부 디젤 모델은 지난 9월 1237대를 판매하며 7월 출시한 르노삼성 SM5 D(디젤, 1180대), 6월 출시한 현대차(005380) 그랜저 디젤(1208대)를 앞섰다.

말리부 디젤은 올 3월 출시 때부터 한 달 만에 초기 물량 3000여대가 모두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어 왔다.

말리부는 쏘나타, K5, SM5 등 경쟁 모델에 밀려 줄곧 꼴찌를 면치 못했다. 더욱이 올 초 업계 1위 신형 쏘나타의 출시로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됐다. 그러나 디젤 모델의 인기에 힘입어 올 1~9월 전체 판매량은 전년보다 78.7% 늘어난 1만3721대로 반전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쏘나타의 판매량은 17.7% 늘어난 8만414대, K5는 22.0% 줄어든 3만5971대, SM5는 18.1% 줄어든 1만8323대다. 말리부의 판매량은 여전히 가장 적지만 판매증가율로는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셈이다.

쏘나타·520d 판매부진 ‘독주는 없다’

마이너 브랜드의 판매실적 호조와 대조적으로 쏘나타, 520d 같은 전통의 베스트셀링카는 부진하다.

국산 중형 세단의 대명사 격이었던 쏘나타의 판매량은 4월 신모델(LF쏘나타) 출시로 늘기는 했지만, 그 신차 효과가 이전 같지 않다.

신형 쏘나타는 4월 1만1904대, 5월 1만324대로 그달 내수 최고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렸으나 6월 들어 지난 달까지 6000대 전후 판매량에 그치고 있다. 6월 판매량은 6925대, 7월 6366대, 8월 5596대, 9월 6861대다.

같은 2000만원대 가격에 동급 디젤 모델, 수입 소형 SUV까지 고객 선택 폭이 다양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년째 수입차 최다 판매 모델로 이름을 올렸던 BMW의 준대형급 세단 520d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1~9월 판매량은 4713대로 31.8% 감소했다. 이와 경쟁하던 메르세데스-벤츠의 대표 모델 E300도 4018대로 지난해보다 42.1% 줄었다.

BMW 5시리즈와 벤츠 E클래스 모두 동급 다른 모델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이를 대부분 만회했지만, 대표 모델의 부진은 시장 상황이 이전 같지 않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브랜드가 국내에 소개되고 서로 경쟁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이전처럼 한 모델이 시장을 독식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쉐보레 말리부 디젤. 한국GM 제공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올 6월 새 엔진과 변속기를 탑재해 연비를 10~20% 높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 모델 5종을 출시했다. 볼보차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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