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서 군인까지..인간의 가치를 높이는 '웨어러블 로봇'

인간 의지를 바탕으로 인간의 신체적·물리적 한계 보완
세계 각국, 의료용·군사용·산업용 웨어러블 로봇 개발..2025년 5조원 규모
  • 등록 2014-09-24 오전 2:22:38

    수정 2014-09-24 오전 2:22:38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본지 이승현 기자가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실에서 재활용 웨어러블 로봇인 ‘코워크’(cowalk)를 시험착용하고 있다. KIST 제공.
정보통신기술(ICT) 기기를 중심으로 확산된 ‘웨어러블(wearable·착용형) 바람’이 로봇 분야에도 불고 있다.

기존 로봇은 인간이 해야 하는 위험하거나 난해한 일을 대신하는 보조적 존재였다. 반면 인간의 몸과 직접 맞닿는 웨어러블 로봇은 신체적 한계를 보완해 강화시키고 더 나아가 소멸된 기능까지 살려주는 역할까지 맡게 된다.

세계 각국과 기업은 이미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나섰으며 현재 군사와 산업, 의료 등의 분야에서 실용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아이언맨 슈트’처럼 무기를 장착한 최첨단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인간의 육체적·물리적 한계를 보완하는 주요 기구로서 로봇이 유용하게 사용될 날은 머지않아 보인다. 한국 역시 외골격 로봇(exoskeleton)으로도 불리는 웨어러블 로봇의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하반신마비 환자에게 걸음의 기쁨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바이오닉스연구단은 하반신 바미 환자들의 보행재활을 돕는 웨어러블 로봇인 ‘코워크’(cowalk)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성북구 KIST 연구실을 방문해 직접 본 코워크는 사람의 하체 골격과 비슷했다.

이 로봇은 뇌파와 근전도, 족압 등을 통해 파악한 환자의 의도를 바탕으로 주요 관절 등 보행에 필요한 신체부위들에 장착된 액츄에이터(기계장치 구동동기)에 적절한 힘을 가한다. 환자는 자신의 힘이 아닌 로봇이 제공하는 힘으로 걷게 된다.

코워크는 사람의 머리와 골반, 고관절, 무릎, 발목 등 총 14곳에 알루미늄으로 만든 전기모터형의 액츄에이터를 부착해 보행에 필요한 힘을 지원한다. 환자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뇌와 근육, 발에 센서를 장착한다. 환자가 로봇착용에 따른 무게감을 느끼지 않도록 로봇 자중을 지탱해주는 중력보상기도 장착됐다.

정찬열 KIST 연구원은 “뇌졸중 환자를 주요 타깃으로 했다”며 “환자가 자신의 의도를 보행재활 훈련에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다음달 말부터 서울아산병원 재활의학과 의사들과 함께 코워크의 실제 환자적용을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KIST는 아울러 노인과 장애인 등 보행 취약자의 수월한 보행을 돕는 ‘코워크-니’(cowalk-knee)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무한체력 군인·사고없는 작업현장도 가능

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인 ‘하이퍼’(HyPER). 생기연 제공
웨어러블 로봇의 강한 힘이 군사용이나 산업용으로 쓰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인 ‘하이퍼’(HyPER)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하이퍼는 군인들이 최대 120kg의 짐을 지고도 9시간 동안 거뜬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8개의 유압식 액츄에이터를 이용한 하체근력 강화 로봇이다. 이 역시 웨어러블 재활로봇처럼 정밀한 압력센서를 통해 얻은 인체 생체신호를 바탕으로 주요 관절 등에 액츄에이터를 장착해 근력을 보조하거나 증강시킨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이와 관련, 지난해 착용하면 30kg 이상의 물체를 가볍게 들 수 있는 전기식·유압식 착용형 로봇 개발결과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중량물 운반과 설치작업이 많은 조선소 현장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적용하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작업자들이 근력을 직접 사용하지 않아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산업재해 확률도 낮출 수 있다.

현대로템(064350) 역시 웨어러블 로봇을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삼고 핵심기술의 보완·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헥사시스템즈(대표 한창수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국방과 산업, 의료, 실버, 재난구조, 건설 등 6가지 분야에 적용 가능한 웨어러블 로봇인 ‘헥사’(HEXAR)를 만들어 상업화에 성공했다.

미·일·유럽, 웨어러블 로봇시장 선도...“시장확대 전망”

현재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시장은 미국과 일본, 일부 유럽국가들이 선도하고 있다.

군사용 부문에선 미국이 단연 앞서있다.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자사의 웨어러블 로봇인 ‘헐크’(HULC)를 이용하면 90kg의 짐을 지고 무려 시속 16km로 행군할 수 있다고 밝힌다. UC 버클리대가 만든 군사용 다리 로봇인 ‘블릭스’(BLEEX)의 경우 총 82kg를 지고도 실제로는 2kg만 느끼도록 설계됐다.

의료재활용 부문의 경우 일본과 유럽에서 상용화의 시동을 걸었다. 일본의 로봇 전문기업 사이버다인은 노인이나 환자를 보조할 수 있는 다리로봇인 ‘할’(HAL·하이브리드 의족)을 개발해 대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위스 기업 호코마가 만든 ‘로코맷’(LOKOMAT)은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행 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이다. 한 대 6억원 가량으로 지금까지 300대 이상 팔렸다. 이스라엘 기업인 아르고 메디컬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리워크’(ReWalk)의 경우 조만간 국내에도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계는 전세계 웨어러블 로봇산업이 아직 시장형성 단계로, 2025년에는 5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식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웨어러블 로봇은 인공지능 로봇과 달리 통제능력은 인간 두뇌를 사용하되 역할은 신체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이라며 “시장전망이 좋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이스라엘의 한 행사장에서 이스라엘 기업 아르고 메디컬 테크놀로지가 만든 보행지원용 웨어러블 로봇인 ‘리워크’(ReWalk)를 입은 미군 중사와 포옹을 하고 있다. 아르고 테크놀로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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