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에 있는 실버라도컨트리클럽 강당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300여 명의 기자들을 상대로 열강이 펼쳐졌다. 강사는 2년 뒤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라는 책을 내면서 한국 오피니언리더에게도 유명해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당시 MIT 미디어랩 소장이었다. 그는 “수십년 간 개발과 발전의 조건은 획일화와 통일성, 원리원칙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강조하는 것이었지만,이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개혁가를 기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둬야 미래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국가지도자가 제시할 법한 화두를 던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훌쩍 지나 세상은 네그로폰테 교수가 예측한 ‘디지털 세상’으로 탈바꿈했다. 디지털 사회의 창조자들을 보면 그의 예언이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원조격인 애플의 스티브 잡스, ‘디지털 네트워킹’ 사회의 주도기업인 페이스 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세계인을 쥐락펴락하는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이 그가 예측한 새로운 환경에서 잉태된 개혁가들이다. 그들이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한다.
눈여겨볼 건 120년 전 이조 사회의 문제점을 찾아 해법을 제시한 거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과제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120년 전의 경장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엔 꼭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성공하는 경장의 매래가 될 수 있도록 수석들이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 달라”고 했다.
한마디로 바꿀 땐 판을 확 바꾸진 않고선 원하는 혁신을 이룰 수 없다는 얘기다. 다만 1884년 갑오경장의 실패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국가 설계든 기업 경영이든 공감대 없이 서두르면 ‘작심삼일’로 끝나는 새해 결심처럼 헛될 수 있다는 걸. 정치인이나 기업인 모두가 새겼으면 한다. <총괄부국장 겸 산업1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