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은 고금리? 이젠 옛말!..은행과 역전현상도

저축은행 예금금리 3개월만에 0.4%P 하락..고금리 특판도 실종
대출금리는 계속 상승세..고수익 먹거리 실종 예대마진 '올인'
  • 등록 2011-12-08 오전 10:00:00

    수정 2011-12-08 오전 10:00:00

[이데일리 이준기 김도년 기자] 김모(76·경기 구리) 할머니는 최근 목돈을 맡기기 위해 우량 저축은행으로 소문난 A저축은행 창구에 들렀다가 크게 실망했다. 최소 연 6~7%대의 예금금리를 기대했는데 막상 창구에서 확인해보니 연 4.3%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는 “이전엔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면 쏠쏠한 재미가 있었는데 격세지감을 느낀다”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시중은행에 돈을 맡기는 게 안전하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재래시장에서 옷가게를 하는 이모(45·경기 하남) 씨는 지난달 급전이 필요해 동네 B저축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두달전 이 저축은행을 찾았을때만해도 신용 5등급인 이씨에게 적용된 대출금리는 연 17.7%. 그러나 이번에 확인해보니 연 18.5%로 두 달새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이씨는 "더 기다리다간 금리가 더 오를 것 같다"며 울며겨자먹기로 더 높은 이자를 약정하고 대출을 받았다.     저축은행이 변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고금리를 내걸며 자금유치에 혈안이 돼 있던 저축은행들이 이젠 은행권 수준의 예금금리만 내건 대신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며 예대마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 ↓, 대출금리 ↑ = 7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91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예금금리는 연 4.59%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이 7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조치를 내린 지난 9월18일과 비교할 때 3개월여만에 0.4%포인트나 내린 셈이다.   특히 10월 이후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10월초만 해도 연 4.89%였지만 같은 달 말엔 연 4.6%, 12월들어선 연 4.5%대에 진입했다.    평균금리로만 따지면 아직 대형 시중은행들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산업은행 등 일부 국책은행과 비교할 경우 오히려 금리 역전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서울 지역의 HK, 한신, 동부저축은행의 예금금리는 연 4.3%, 삼보저축은행의 경우 연 3%로 국민은행의 `KB스마트예금`(연 4.7%), 산업은행의 스마트뱅킹(연 4.5%)보다 금리가 더 낮은 상태다.    연말이면  으레 나오는 고금리 `특판예금`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어 이제 `저축은행=고금리`라는 등식은 옛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의 일반대출 금리는 연 16.78%로 전달과 비교해 0.07%포인트 올랐다.    한 대형 저축은행의 담보대출 금리는 영업정지 사태 당일인 9월18일 연 15.6%에서 10월초 연 15.9%, 11월초 연 16.1%, 12월초 현재 연 16.5%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용대출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연 22.6%에서 연 22.9%로 0.3%포인트 가량 올랐다.    ◆“이자장사만이 살길” = 저축은행들이 예대마진 확대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마땅한 자금운용처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리스크는 높지만 고수익을 노리고 베팅할 수 있는 투자처가 사라지면서 자산운용의 활로가 막힌 상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본업인 서민대출에 주력하고 있긴 하지만 대출금리가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또 다른 쏠림현상마저 나타날 수 있어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대부분의 저축은행들은 예대마진으로 근근이 먹고 사는 정도”라고 토로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는 것은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덩치를 줄이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며 “대출금리가 높아진 건 은행권이 대출을 조이면서 저축은행으로 대출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은 저축은행들이 본연의 업무인 지역밀착형 서민금융을 강화하려는 과도기적  상태”라며 “당분간 저축은행들은 몸을 사리며 예대마진을 통한 수익에만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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