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삼성전자가 3연패 한 것을 두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애플이) 원하는 데서 페널티킥을 찼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빗대자면, 삼성전자는 이번에는 자살골을 넣은 셈이다.
믿었던 헤이그법원마저 애플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삼성전자의 앞으로의 소송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14일 삼성전자(005930)와 외신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자사 3G 통신 기술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
삼성전자가 제소한 특허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와 네트워크 기반 스테이션 간 데이터 접속과 속도를 관리하는 방법과 관련돼 있다. GSM 통신표준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서비스는 삼성전자가 국제표준으로 제안한 것이다.
'프랜드(FRAND)'는 특허가 없는 업체가 표준 특허로 제품을 만들고 추후 특허 사용료를 지급하는 권리다. 통상 프랜드는 특허권자가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못하게 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사용된다.
애플이 주장한 '프랜드(FRAND)' 조건을 네덜란드 법원이 받아들인 것으로, 삼성전자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날 헤이그법원의 판매금지 가처분신청 기각은 삼성전자 입장에서 뼈 아픈 결과다. 삼성전자가 제기한 첫 번째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네덜란드에서 또 한번의 쓴 맛을 봤지만, 앞으로 애플과의 소송전에서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헤이그법원은 '프랜드'만을 인정했을 뿐 애플이 삼성전자 제소에 대해 제기한 반박 소송은 모두 기각했다. 법원이 애플의 제품 판매금지는 기각했지만, 애플의 특허 침해 가능성까지 부인한 것은 아닌 셈이다. 또 이날 미국 산호세법원이 애플의 기술 특허와 디자인 특허 등을 인정하지 않고 판결을 유보하면서 삼성전자 쪽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법원에서 프랜드 조건을 인정한 자체가 애플이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며 "특허 침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게 되는 본안소송에서는 삼성에 더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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