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3rd]백화점·마트 분리..새로운 신세계는 열리는가

  • 등록 2011-05-09 오전 8:20:00

    수정 2011-05-09 오전 8:20:00

마켓in | 이 기사는 05월 06일 14시 2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일문 기자] 롯데쇼핑(023530)과 함께 국내 유통업계 양대산맥인 신세계(004170)가 기업분할을 선언했다. 그동안 회사를 이끌어 왔던 두 중심축인 백화점 사업부문과 할인점 사업부문을 분리, 회사 설립 반세기 만에 각자의 길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 동안 신세계는 정용진 부회장 아래 백화점과 할인점 대표이사를 따로 두어 사실상 분리 경영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 기업 분할이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그럼에도 백화점과 마트의 분리 독립이 주목 받는 이유는 신세계 그룹의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2세 경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에 대해 경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이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책임경영·전문성 강화 우선 회사측이 밝히는 이번 기업분할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책임 경영이다. 백화점과 할인마트가 사업부문별로 나뉘어져 있긴 하지만 신세계라는 한 지붕 아래 묶여있다 보니 경영 성과 등을 저해시켜 왔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백화점의 실적은 좋은데 반해 할인마트의 실적이 악화되면 공시가 되더라도 신세계라는 한 개 회사로 발표되다 보니 어떤 회사가 얼만큼의 성과를 거뒀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며“하지만 두 회사가 분할되면 앞으로 경영 성과의 비교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책임 경영 역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기업분할의 또 다른 근거는 전문성이다. 백화점과 할인마트 사업은 엄연히 업태(業態) 자체가 다른 만큼 경영 효율측면에서도 서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맞다는 논리다. 고가의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낮은 가격에 대량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할인점 사업이 상이할진데, 어찌 한 그릇에 계속 담아 둘수 있냐고 회사측은 반문한다. 따라서 경영 전략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업 분할이 필수불가결하다는 설명이다. 또 투자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이번 분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점포 신설이 백화점이라면 이에 따른 소요 비용은 신세계 백화점이, 할인점이라면 이마트가 각각 본인의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계 구도 밑그림? 신세계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시장에서는 상식적으로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분할의 근본적인 밑바탕에는 정용진, 유경 남매의 후계구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많다. 2세들에게 `지속 가능한` 경영의 터전을 마련해 주기 위해 이마트-정용진, 백화점-정유경의 이명희 회장式 교통정리가 그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분석이 힘을 얻을 수 있는 배경에는 그동안 2세들이 보여왔던 행보를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현재 신세계 전사(全社) 총괄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그 밑에 백화점 사업부문과 할인점 사업부문의 각자 대표를 따로 두고 있긴 하지만 유독 이마트에 `올인`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과거 3~4년 전부터 정용진 부회장의 초점은 할인점 사업에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 해준다. 지난 2008년 기자간담회 때 그는“10년 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이마트가 진화하는 것”이라며 할인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기업의 영세 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이 됐었던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도“유통업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며 직접 소방수 역할을 자처, 논란을 잠재우기도 했다. 특히 실적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이마트 중국 법인은 최대 숙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은 향후에도 정 부회장이 이마트 경영을 계속 이끌어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신세계 센텀시티 전경
반면 오랜 기간 동안 계열사인 조선호텔에만 몸담아 왔던 정유경 부사장의 경우 모회사인 신세계 경력은 짧다.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이 총괄 대표이사로 승진한 2009년 말 조선호텔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함께 레벨업 됐으니 이제 1년 반 정도가 지난 셈이다. 그러나 정 부사장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사업부문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아시아 최대 규모로 유명한 부산 센텀시티 백화점 건립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백화점 사업과 연계성이 높은 의류와 명품 브랜드 수입 판매사인 신세계(004170)인터내셔널을 지휘하고 있다는 점 역시 정 부사장의 역할이 백화점에 쏠려 있다는 방증이다. 지주사 설립설 `솔솔` 무엇보다 이번 분할이 2세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우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분석이 고개를 드는 데는 분할의 시점과 상대적으로 낮은 이들 오너 2세들의 지분율도 한몫하고 있다. 물론 회사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지만 시장에서는 지주사 설립을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분할되는 두 회사 가운데 한 곳이 물적 분할을 단행해 지주회사를 설립한 뒤 그 지주사가 나머지 다른 한 곳의 지분을 사들여 홀딩스 밑에 이마트와 신세계 백화점을 수평적으로 배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대주주 일가는 홀딩스의 주식을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는 방식을 통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배구조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신세계 지분은 이명희 회장이 17.3%로 가장 많고, 정용진 부회장이 7.32%, 정유경 부사장이 2.52%를 보유 중이다. 특히 이 같은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는 또 다른 이유는 지주사 전환에 따른 과세 특례 혜택과도 무관치 않다. 이는 곧 `기업분할의 시점이 왜 지금인가`라는 물음의 답이기도 하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에는“2012년 말까지 기존 법인이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경우 현물출자로 인해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서 해당 지주회사의 주식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소득세 또는 법인세의 과세를 이연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대주주들이 지주사 지분을 사기 위해 갖고 있는 다른 지분을 팔 경우 양도세를 내야 하는데, 지주사 전환을 위한 것이라면 내년 말까지는 유예해 준다는 것이 골자다. 신세계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게 된다면 오너 일가 입장에서는 지배력도 높이고, 과세 혜택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지주사 전환이 최종 종착지라면 신세계는 왜 처음부터 신세계홀딩스를 출범시키지 않고, 기업분할이라는 복잡한 방식을 선택한 것일까. 시장에서는 신세계에게 자사주가 없다는 점을 그 배경의 하나로 꼽고 있다. 또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지주사 설립을 위한 인적 분할시 지분 관계가 자동적으로 생기게 된다”며 “과거 태평양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보유중인 자사주를 지주회사에 주는 방식으로 비교적 손쉽게 지분 관계를 정리한 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3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3호 마켓in은 2011년 5월2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 관련기사 ◀ ☞롯데쇼핑 `신세계 부재는 수급호재`..목표가↑-교보 ☞`아웃도어·명품 불티`..백화점 매출 4월도 `고공행진` ☞롯데百, 4월 매출 전년비 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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