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가 4%를 웃도는 등 물가 우려가 커진 가운데 열리는 회의라 현재로선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10월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작용한 환율 등 대외변수의 불확실성이 G20 회의를 전후해 한풀 꺾여 한은의 부담이 한결 가벼워진 상태다.
금융시장 전문가 10명중 6~7명은 한은이 오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지난 7월 이후 4개월만에 기준금리가 2.25%에서 2.50%로 오르게 된다. 남은 관심은 추가적인 인상폭이다. 현재로선 이번에 한은이 금리를 올린 뒤 내년 상반기까지 2차례 정도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커지는 물가불안..한은 "올해 3% 예상"
그간 2%대 중반을 기록하던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3.0±1%)의 중심인 3.0%를 가볍게 돌파한 뒤 지난달에는 4.1%로 치솟아 물가안정목표의 상단(4.0%)마저 뚫었다. 채소값 폭등에 따른 일시적 충격이 컸지만, 물가에 대한 눈높이가 한번 높아진 이상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잡기란 그리 녹록지않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실제 한은이 지난달 중순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소비자들은 향후 1년간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연평균 3.4%로 내다봤다. 이 같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년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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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내부에서도 올해 2%대의 물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총재는 지난 11일 내외신 경제브리핑에서 "올해 중 소비자물가를 3% 정도로 예상한다"며 연평균 3%대 물가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 4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전망에선 이를 2.8%로 수정했고, 지난달 국정감사에선 이를 2.9%로 올리기도 했다. 이번에 또다시 물가전망을 높여잡은 것은 그만큼 물가상승 압력이 만만치않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총재는 "공급 측면의 충격이 단기적으로 끝나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수요 측면으로 전가되기도 한다"며 최근의 물가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환율 불확실성 완화..신흥국은 이미 금리 올려
`환율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불확실했던 대외여건도 안개국면에서 차츰 벗어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15일)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G20 서울 정상회의 선언문에 담긴 자본유출입 규제요건에 우리나라가 부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유출입에 대한 규제가 시행되면 한은으로선 급격한 환율변동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묶어둬야했던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현재 외국인 채권과세, 은행부과금 도입, 외은지점의 선물환포지션 축소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다른 나라들이 속속 금리를 올리는 점도 한은에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6000억달러의 국채매입을 결정하는 등 선진국들은 디플레를 막기 위해 돈을 뿌리는데 바쁘지만 호주, 중국, 인도 등 자원수출국과 신흥국은 인플레를 우려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물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국내에서도 이들 나라의 정책금리 인상은 한은의 통화정책에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경기회복세 둔화신호.."연속 인상 어려워"
우려스러운 점은 향후 경기다. 한은은 내년 국내경제가 4.5%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성장률이 6.0% 안팎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눈높이를 큰 폭 낮출 수밖에 없는 것.
잠재성장률을 감안할 때 4%대 중반의 성장도 나쁘지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지만, 언제 터져나올지 모를 대외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섣불리 경기를 낙관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경기선행지수는 9개월 연속 하락했고, 현재의 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개월 연속 하락하며 경기회복세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채권시장이 이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연속적인 인상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이데일리가 금융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7명 가운데 11명이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내년 상반기 중 금리인상폭과 관련해선 7명이 0.50%포인트 인상을 점쳤다. 한은이 이달 금리를 올린 뒤 내년에는 석달에 한번꼴로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내다본 셈이다.
◇그밖의 변수들..집값하락 주춤·기업 자금조달 급증
지난 8~9월 금리동결 배경 중 하나로 꼽히던 부동산 시장 급락 우려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의 월별 주택매매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서울지역 주택가격은 전월대비 0.1% 하락해 7개월 연속 떨어졌지만 하락폭은 지난 8월(-0.4%), 9월(-0.2%)에 이어 차츰 둔화되고 있다.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봐도 서울과 수도권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0월 중순 이후 보합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간 수도권은 하락하고 지방은 오르던 양상에서 수도권 집값 하락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금리인상시 집값급락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을 우려하던 금통위의 부담을 조금은 덜어주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은행의 대출확대와 이사철 수요 등으로 지난달 2조2000억원(모기지론 양도 제외) 늘었다. 올해 월평균 증가액 1조6000억원을 웃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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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자금조달도 큰 폭 증가했다. 지난달 기업들이 은행대출과 회사채 및 CP 발행을 통해 조달한 돈은 8조9000억원으로 21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추던 지난해 1월(17조4000억원)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채권금리는 지난달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한 다음날(15일) 사상 최저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자본유출입 규제와 물가오름세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의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한 것으로 만약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 또다시 하락세가 나타날 것으로 시장참가자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