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좌우할 핵심변수는?..오늘 금통위 `촉각`

경기 살아나고 물가압력도 고조..美·中 경기둔화 `복병`
금통위 `연속 인상` 부담 클듯..채권시장, 금리동결 `베팅`
  • 등록 2010-08-12 오전 6:00:00

    수정 2010-08-12 오전 7:37:59

[이데일리 이학선 기자] 한국은행은 12일 오전 9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렸기 때문에 이번에 또 올리면 두달 연속 인상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은이 두달 연속적인 금리를 올린 것은 과잉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컸던 지난 2007년 7~8월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현재 국내 경제지표만 보면 금리를 올려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연속적인 금리인상이 자칫 과도한 긴축으로 비쳐칠 가능성이 있고 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제기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도 남아있어 금통위가 연속 인상을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이데일리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11명 가운데 7명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높게 봤다.

◇ 성장률 줄줄이 상향조정..한은 "확장국면 진입 가능성"

금융위기 직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한국경제는 지난해 2~3분기를 바닥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7.6%로 지난 2000년 상반기 10.8% 성장 이후 10년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앞다퉈 성장률을 올려잡고 있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4.5%에서 5.75%로 성장률 전망을 대폭 올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일찌감치 5.5%에서 5.9%로 상향조정했다. 한은도 4.6%(작년 12월)→5.2%(올해 4월)→5.9%(올해 7월) 등으로 연간 전망치를 수정했다. 지금은 정부는 물론이고 한은 내에서도 "올해 6%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심심찮게 나온다.

무엇보다 제조업 부문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지난 6월 제조업 가동률은 83.9%를 기록해 3저(低) 호황(저유가, 낮은 달러 가치(엔高), 저금리)이 한창이던 지난 1987년 이후 가장 높았다. 설비투자도 8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를 주고 있다.

고용시장도 햇볕이 들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고용은 23만8000명이 늘어 지난 2000년 7월(31만2000명)이후 10년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둔화되는 등 불안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경제가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났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심지어 한은은 지난달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하면서 "우리경제가 정상수준의 회복에서 더 나아가 어쩌면 확장국면에 진입해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과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 한국은 금융위기 이후 `V`자형 회복세를 보였다. 한은은 "현재 경기가 확장국면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물가불안 심리 확산..집값도 안심못해

경기가 과열되면 물가도 덩달아 뛰기 마련이다. 선제적 통화정책을 강조하는 한은으로선 물가에 대한 우려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하반기 소비자물가가 3%에 도달하고, 내년에는 3%가 넘어갈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전기·도시가스·시외버스·고속버스 등 공공요금 인상을 계기로 생필품이나 개인서비스 요금 등이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로 불리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동월대비 16%가 넘는 오름세를 보였다. 더운 날씨와 장마라는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탓이지만, 체감물가가 이렇게 오르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한은이 지난달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동향지수(CSI) 조사에서 앞으로 6개월 뒤 물가수준전망CSI는 1년4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도 5개월 연속 3%대를 나타냈다.

여기에 러시아의 곡물수출 중단과 서방의 이란 제재에 따른 국제유가 불안 등 물가를 위협하는 변수들이 적지않아 한은으로선 사전에 금리를 올려 대응하려는 유인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

한은은 물가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는 불안요인이 잠복해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2조2000억원 늘어 두달 연속 2조원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최근 집값이 떨어졌지만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택담보대출도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남아있는 한 집값이 다시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 `美·中 성장엔진 꺼지나`..해외경기가 관건

하지만 해외발 경기침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또다시 인상할지는 불확실하다. 남유럽 재정위기 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양상이지만, 그 자리를 미국과 중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채우고 있다.

어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고려해 만기도래하는 모기지담보증권(MBS)을 장기 국채에 재투자하는 등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연준은 "경기회복세가 최근 둔화됐다"며 경기판단을 하향 조정하고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세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완만한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성장엔진 역할을 하던 중국도 경기둔화 조짐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중국의 소매판매는 17.9%로 예상보다 더딘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발표된 무역수지에선 수입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 중국 내수시장 위축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경제상황은 지난달과 바뀐 게 별로 없지만, 미국과 중국 등 해외요인은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해외경기 둔화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연속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부담감도 만만치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처음으로 두달 연속 금리인상을 결정한 지난 2007년 8월 강문수 당시 금통위원은 "전월(7월)의 금리인상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상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한달 전만 해도 만장일치로 금리인상을 결정하던 금통위원들이 연속 인상 앞에선 시각차를 드러낸 것이다.

이번에는 이러한 의견대립이 당시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강명헌·임승태 금통위원은 지난 6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물가안정 기조`라는 표현을 넣는 것에도 반대입장을 보였다. 7월 금리인상 결정도 만장일치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높아 이달 연속적인 금리인상에 부담감을 드러내는 금통위원들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 지난달 한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채권금리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연속적인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리인상도 만장일치가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

◇ 금통위, 연속 인상 부담감도..채권시장, 금리동결에 무게

채권시장은 벌써부터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전일 통안채 1년물부터 국고채 20년물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윤여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단순히 저금리 기조만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양적완화까지 동원할 정도의 상황이라는 점이 국내 금리인상을 보다 신중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은 이미 지난달 한은의 금리인상 이후 오히려 중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를 끌어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데일리가 지난 6일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1명중 7명이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나머지 4명은 이달 기준금리 인상에 손을 들었다. 어제 연준의 양적완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결정 이후엔 금리동결 전망이 더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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