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 브랜드를 입히다

한구현 안근배 한복 대여 대표
  • 등록 2010-07-26 오전 6:55:14

    수정 2010-07-26 오전 6:55:14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최근 한 한복 대여 프랜차이즈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일 SBS 교양 프로그램인 `중소기업 대한민국의 힘`에 우수 창업 아이템으로 소개된 안근배 한복 대여다. 
 
한구현 한스시즌투 대표.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한복 대여업을 주목받는 창업 아이템으로 올려놓은 사람은 학자 출신인 한구현 한스시즌투 대표다. 그는 90년대 러시아에서 유학한 국제 관계학 박사 출신으로 국내 유명 사립대의 연구조교수였다. 경영자 대부분이 일반 회사에 몸담고 있었던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 대표가 한복 사업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는 어머니인 안근배 한복 장인을 도우려고 만든 인터넷 홈페이지가 히트를 하면서부터다.

한 대표는 2000년 당시 한창 유행했던 홈페이지 제작 붐을 따라 한복을 소개하기 위한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3개월 만에 겨우 완성했지만 아마추어티가 확연했던 홈페이지였다. 그런데 기대 않던 매출 100만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발생하게 됐다.

한 대표는 단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단순히 `알리기`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지만 매출까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인터넷이 마케팅의 중심으로 곧 세상을 바꾸겠구나”라고 무릎을 쳤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이후로도 한복 홈페이지는 당시 포털 사이트의 홈페이지 검색 순위 순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업에 신경을 쏟느라 그의 홈페이지와 어머니의 한복 사업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학업과 한복 사업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던 작년 8월 한 대표는 학교에서 나와 본격적인 한복 사업 경영에 뛰어든다. 학업과 가업을 두고 망설이던 어느 날 꿨던 꿈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꿈속에서 그의 어머니는 심란한 표정으로 한복 원단을 처분하고 있었다. 한복집에서 원단을 처분한다는 것은 곧 폐업의 의미다. 그는 이 꿈을 꾸고 몇 시간 동안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이때부터 한 대표는 단순히 어머니의 사업을 돕는 형태가 아닌 경영을 전담하게 됐다.

한 대표는 “물론 학교라는 울타리를 나올 때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잠을 설치기까지 했지만 지금에 와선 후회가 없다”며 “나 자신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러한 한 대표의 믿음은 그동안 보였던 안근배 한복 대여의 매출 증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국세청이 제공한 부가가치세과세표준증명으로는 안근배 한복 대여 잠실점은 2005년 개점 당시보다 2010년 상반기 매출이 5배 이상 상승했고, 노원점은 2005년 한 달 매출이 200만원 대였지만 2009년 하반기에는 1000만원대로 상승했다.

이렇게 매출액이 짧은 시간 동안 크게 오를 수 있었던 비결에는 기존 한복집이 해왔던 주먹구구식의 경영 방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표준화시켜 돈과 시간의 누수를 줄인 데 있다. 또한 한복을 단순히 파는데 그치지 않고 안근배 한복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홍보마케팅의 결과도 크다.

더불어 본사에서 운영하는 콜센터도 매출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 훈련된 콜센터 직원이 고객들의 상담과 주문을 받자 주문 성공률이 높아졌고 이는 매출의 직접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누군가는 `한복 입을 일이 없는데 과연 프랜차이즈 사업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한 대표는 단호히 `아니다`고 말한다.

한 대표는 “한복이 더 이상 `죽은 옷`이 아닌 삶의 가장 기쁜 순간과 기억하고 싶은 순간의 `살아 있는 옷`이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대표적인 한복의 수요처로 결혼식을 꼽았다. 신랑 신부는 물론 가족 친지까지 한복을 맞춰 입는 경우가 심심치 않기 때문이다. 결혼식 이외에도 칠순잔치나 고희연 같은 행사에도 디자인 한복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편이다.

그는 또한 “최근 들어 법인이나 단체 역시 한복 시장의 주요 고객 중 하나”라며 “국내 몇몇 기업들은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선물용으로 한복을 구매하곤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요새 잦아지는 국제 행사의 도우미나 초청 VIP들의 한복 수요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현재 직영점과 가맹점을 합쳐 총 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올해 안에 10개의 가맹 매장을 신설하고, 전국에 100개의 가맹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끝으로 한 대표는 “한복이 일본의 기모노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의 전통 의상으로 거듭나길 꿈꾼다”며 “우리 한복의 비상을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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