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8일 우영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 사채(BW)의 신용등급을 `BB-`로 평정했다. 이들 신평사의 등급정의에 따르면 `BB`수준의 등급은 “원리금 지급능력에 문제는 없지만, 장래의 안정성에는 투기적인 요소가 내포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부도가 날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부도사태가 일어나기 불과 열흘 전에 이뤄진 평가다.
부도를 내기 전날인 지난달 28일 우영은 BB- 등급을 토대로 6억5000만원의 BW를 발행했다. 유가증권 예비발행 신고때 제시한 150억원에는 크게 모자라는 금액이었지만, 신평사 등급을 믿고 BW를 인수한 투자자들로서는 낭패를 보게 된 것이다.
이번 BW발행 주관 증권사인 한양증권에 따르면, 발행채권 모두는 사전에 청약했던 개인투자자들이 떠안게 됐다. 한양증권측은 투자자들을 대표해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그렇게 갑자기 부도가 날 가능성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며 “삼성전자라는 고정거래처가 있고 매출이 1월초와 비교할 때 약간 감소했지만, 통계적인 유의미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등급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은 신평사들의 등급평정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한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우영은 전체 자산 중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는 회사”라며 “운전자금 부담 등으로 현금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했다면 BB등급대는 다소 과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신용평가사들이 투기등급에 대해서는 등급간 차별성을 얼마나 두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본적으로 경험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이같은 비판에 대해 “투기등급 비중이 30% 이상인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시장은 이 비중이 10%를 약간 넘는 수준이라 유의미한 통계치을 얻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펀더멘털이 열악해 싱글B 등급을 받더라도 (연이은 M&A에 따른 현금유입에 힘입어) 높은 부도율을 기록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영과 같은 규모의 회사를 그런 회사들과 같이 낮은 등급으로 평정할 수는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통상적으로 기업의 매출규모에 따라 등급의 아웃라인을 결정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런 관행이 고쳐져야 한다"며 "현금흐름과 경영상태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거쳐 등급이 평정되는 원칙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기평과 한신평은 부도가 확정된 지난 29일과 3일 우영이 발행한 전환사채와 BW신용등급을 `BB-`에서 `D`로 강등했다. 부도가 난 뒤에서야 등급을 강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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