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은 현대카드가 지난 2003년 자동차에 대한 선할인제를 시행해 대박을 터뜨리자 너도나도 벤치마킹에 여념이 없다. 선할인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포인트=현금'이라는 발상을 뛰어넘어 포인트를 신용판매하고 있는 것. 카드를 쓰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은 넓어져 환영이다.
그러나 선의의 경쟁이 자칫 출혈경쟁으로 업계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선할인 품목..자동차, 가전, 휴대폰, 항공까지
LG카드(032710)는 지난 27일 항공 마일리지를 먼저 제공하는 'LG 트래비즈-스카이패스카드'를 출시했다. 마일리지가 없거나 부족할 경우 최대 1만마일까지 먼저 이용하고 6개월 이내에 신용카드 적립포인트로 상환하면 된다.
카드 선(先) 할인제가 자동차와 가전제품에서 항공사 마일리지까지 확대된 것이다.
선할인제의 원조는 현대카드다. 현대카드는 현대·기아차를 사는 고객에게 차종에 따라 20만~50만원을 미리 할인해 주고 이후 카드 사용으로 생긴 포인트로 3년 내에 갚도록 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기업은행도 자동차 구매 고객 대상으로 이와 비슷한 선할인 카드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품목에 상관없이 마이너스 포인트제를 도입한 카드도 있다. LG카드는 최근 물건을 살 때 최고 10만 포인트(10만원)를 먼저 쓸 수 있고, 나중에 2년간 적립한 포인트로 갚게 한 'LG EASY카드'를 내놓기도 했다.
◇"공짜 점심은 없다"
카드사들은 경쟁에 뛰어들면서도 뒤쳐질까 노심초사다. 고객은 반대다. 쏟아지는 혜택이 반갑기만 하다.
특히 포인트를 쌓고도 활용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목돈이 들어가는 품목을 사면서 포인트로 할인을 받는다는 점에 들뜰 수 있다.
그러나 괜히 돈버는 기분이 들더라도 선할인 포인트는 공짜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그만큼 신용카드를 긁어야한다.
◇ 출혈경쟁 우려..감독당국 제동 나서
만약 6개월 동안 카드사용 실적으로 마일리지를 갚지 못했을 경우에는 1마일당 18원을 LG카드에 내야한다. 다른 선할인 카드도 마찬가지다.
카드사가 선할인 카드를 통해 포인트까지 신용대출하는 이유도 카드 로얄티를 높이기 위해서다. 보통 카드 서넉장씩 가지고 있는 고객들의 카드 로얄티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선할인 카드는 신규 고객을 늘리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지고 있는 카드 중에 메인카드로 선택되기 위한 전략"이라며 "주유 서비스에서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카드사들의 선할인 카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그러나 "포인트를 유효시한 내에 갚지 못한 고객의 연체율도 높아질 수 있다"면서 "선할인제는 카드사도 빚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업계의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원이 카드사들에게 선할인 포인트에 대해서도 충당금 적립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