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edaily 안근모특파원] 지난달 30일 제약회사 머크 주가가 27% 폭락하던날 역시 제약회사인 화이저는 1.4% 올랐다. 장중 상승률이 4.4%에 달하기도 했다.
머크에는 엄청난 악재가 화이저에는 호재가 있었으니, 바로 머크의 간판제품중 하나인 관절염 진통 소염제 바이옥스(Vioxx)가 그 것이었다. 심장질환 유발 가능성에 따라 약품을 모두 회수하기로 한 머크는 대단한 손실을 직면하게 됐지만, 바이옥스와 유사한 제품인 셀레브렉스를 만드는 화이저로서는 예상치도 못했던 매출기회가 생겼다.
하지만, 화이저의 웃음도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7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화이저 주가가 3.8% 급락했다. 장중 8%이상 떨어지기까지 했다. 파이저의 진통소염제 셀레브렉스 역시 바이옥스 처럼 심장에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발동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머크가 차지했던 거래량 수위권 자리도 이번엔 화이저에게 돌아갔다.
이날 유력 의약품 전문지인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은 사설에서 "최근 심장혈관 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COX 억제제와 관련이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면서 "미 식품의약국(FDA)은 환자와 의사들에게 제시했던 기존의 가이드라인을 긴급히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은 또다른 사설에서도 바이옥스 파문에 대한 의회조사를 촉구하면서 COX 억제제의 위험을 측정하기 위한 의학적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 화이저의 셀레브렉스까지 간접적으로 겨냥했다.
COX-1은 위의 내막을 보호하는 반면, COX-2는 염증을 유발시키는 효소다. 바이옥스와 셀레브렉스는 모두 COX-2만을 선별적으로 억제, 위출혈 부작용 없이 진통소염 효과를 내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전세계 관절염 환자들이 애용해 왔다.
이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프루덴셜파이낸셜의 티모시 앤더슨은 "가장 널리 읽히는 의약 전문지가 제기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떠나 COX 억제제 전반에 타격을 줄 전망"이라며 "당초 우리는 화이저가 바이옥스 파문의 수혜주가 될 것으로 봤지만, COX 억제제 전반에 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되면 될 수록 혜택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FDA 승인을 받은 COX-2 억제제로는 머크의 바이옥스와 화이저의 셀레브렉스 외에도 화이저가 새로 개발한 벡스트라가 있다. 노바티스가 개발한 프렉시지는 해외에서는 승인을 받았지만, FDA의 승인은 얻지 못했다.
반면, 윌리엄 블레어의 애널리스트 윈튼 깁슨은 "지금까지의 데이타로는 셀레브렉스의 안전성이 바이옥스보다 높은 것으로 돼 있다"면서 "파이저의 1차진료 시장 판매망이 강하기 때문에 수개월동안 이같은 안전성이 널리 전파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유럽의 FDA격인 유럽의약청은 COX-2 억제제 전반의 안전성을 재측정하기 위해 제반 기록을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머크가 2.2%, 노바티스가 2.6% 하락하는 등 COX-2 억제 진통제 메이커들의 주가가 함께 진통을 겪었다. 머크와 화이저는 다우지수 구성종목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