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혈 재발견]④메디포스트 “미래엔 보관제대혈 절반은 사용될 것”

"제대혈 이식, 말초혈액·골수·지방이식과 비교불가"
치료기회 확대 위해 '제대혈 멀티백 서비스'도 제공
  • 등록 2024-11-07 오전 9:50:50

    수정 2024-11-07 오전 10:08:16

이 기사는 2024년11월6일 9시5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페이지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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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제대혈(cord blood) 보관사업이 시작된 지 어느덧 햇수로 28년이 됐다. 국내 첫 ‘자가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이 이뤄진 2005년 기준으로는 약 20년이 지났다. 하지만 늘어나는 시장 규모, 성장하는 미래가치와는 달리 아직까지 제대혈에 대한 오해가 많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많다. 이데일리는 ‘세계 제대혈의 날’인 11월 15일을 앞두고 국내에서 제대혈보관 사업을 영위 중인 주요 회사의 관계자들 및 제대혈 이식으로 자녀의 혈액암을 치료한 경험자 등을 만나 제대혈에 대한 세간의 오해를 풀어봤다.[편집자주]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지금은 전체 보관 제대혈이 실제 치료에 사용될 확률이 217분의 1이지만 앞으로는 2분의 1까지 높아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세계적으로 다양한 난치병에 대한 이식 사례가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경기 판교 메디포스트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최수진 메디포스트 제대혈은행장은 “보관된 제대혈은 현재 10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질병치료에 활용되고 있다”며 “향후에는 임상시험 등을 통해 특정 타깃 질환의 줄기세포치료제, 면역치료제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며 제대혈 보관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최수진 제대혈은행장은 2002년 메디포스트에 입사해 지금은 제대혈은행장과 생명공학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진단검사의학 전문의 출신으로 메디포스트 합류 전에는 백혈병을 진단하는 일을 했다는 최 소장은 “메디포스트에 온 이후 제대혈을 해동해 소아암 환자들에게 이식하는 현장을 지켜봐 왔다”며 “혈액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연간 메디포스트 매출의 절반가량(지난해 기준 약 327억원, 전체 매출의 48%)이 제대혈보관 사업에서 나온다. 국내 최초로 ‘셀트리’라는 제대혈은행 브랜드를 통해 제대혈 보관사업을 시작해온 메디포스트는 업계 선두주자로 국내 시장점유율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최초로 가족 제대혈은행 누적보관 건수가 30만건을 넘었다. 보관건수 및 치료용 이식 제공 경험은 국내에서 가장 많다.

최수진 메디포스트 제대혈은행장 (사진=메디포스트)


최 소장은 “말초혈액, 골수, 지방 등 다양한 인체 자원을 치료제로 쓸 수 있지만 제대혈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오염되거나 노화되지 않은 무엇보다 순수한 자원, 최초 단계의 줄기세포로써 아직 발병기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질병에도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CBR이나 VIACORD, 패밀리뱅크 등 가족제대혈은행이나 미국 듀크대 및 스탠포드대 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난치병 치료에 대한 제대혈 활용 임상연구 및 치료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는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질환에 제대혈 속 조혈모세포 이식을 활용하는 것은 표준치료제로 정립됐지만, 이외 뇌질환 등에 제대혈 속 줄기세포를 써서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연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최근에는 자폐스펙트럼장애, 난청, 뇌성마비, 소아당뇨 등에서도 일부 효과가 있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을만큼 제대혈은 여러 치료옵션 중 하나로써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치료법이다. 앞으로 치료가능 질환이 늘어나고 다양한 난치병에 대한 임상 연구가 활발해지면 제대혈 사용확률은 더 높아지고 보편화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소장은 “자가제대혈은 면역거부에 대한 부담이 적고 나와 조직적합성항원(HLA)이 맞는 타인의 기증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골수이식처럼 (기증자로부터의) 추출이 불편하지도 않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국내 최초로 시작한 ‘멀티백 서비스’도 제대혈의 미래가치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봤기에 고안된 것이다. 출산시 채취되는 제대혈은 보통 한 팩에 가용자원이 모두 담겨 냉동되는데 멀티백은 이를 최대 4개의 팩으로 나눠 개별 냉동보관하는 서비스다. 채취된 제대혈은 냉동한 후 수년 뒤 치료를 위해 한번 해동하면 실제 치료에 필요한 양은 일부여도 그 자리에서 전체를 다 써야 한다. 멀티백 서비스는 이 같은 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한팩씩 꺼내 해동해 쓸 수 있으므로 평생에 걸쳐 여러 번 나눠 쓸 수도 있고, 가족이 사용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규제가 완화됐을 때 멀티백 서비스는 활용가치가 더 높아진다. “현재 국내에서는 보관된 제대혈 속 줄기세포를 그대로 이식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배양해서 의약품으로 가공해 쓰는 것은 규제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래에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활발해지고 규제환경이 유연해지면 여러 백에 나눠 저장된 줄기세포를 배양해 필요할 때마다 약으로 만들어 쓸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최 소장은 출산시 의료폐기물로 버려지는 제대혈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했다. “제대혈에 들어있는 줄기세포가 가진 장점들이 아주 많고, 굉장히 활용도가 높은데 제대혈 보관건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버려지는 제대혈은 크게 줄지 않았어요. 출산이 임박하셨다면 제대혈보관 서비스에 대해 한번쯤 고려해주시고, 꼭 가족보관이 아니더라도 산모의 동의를 거쳐 연구나 타인을 위해 기증하는 방법이 있으니 소중한 생명자원인 제대혈이 안타깝게 버려지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냉동 보관 중인 제대혈. 메디포스트 셀트리의 제대혈 보관소 모습(사진=메디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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