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기자회견을 따로 열지 않기로 했다. 부친 한승원 작가에 따르면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주검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며 마다했다는 것이다. 개인의 기쁨에 앞서 타인의 아픔을 어루만지려는 깊은 배려에 공감한다. 4년 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당시 엔터테인먼트를 주력사업으로 하는 CJ와 이미경 부회장의 역할이 주목을 끌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상을 받으려면 작품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작품도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지 않으면 헛일이다. 이는 예술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몫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꽃피운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았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로이터 통신은 “K팝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으로 상징되는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음악, 미술 등 순수 예술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얼마 전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에서 2관왕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대표적이다. 문화 소프트파워도 결국 국력에 비례한다. K컬처가 변방에서 중심으로 본격 진입하려면 체계적인 지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