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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심한 망상장애를 앓고 있던 첸궈레이(당시 50세)는 어느 날 ‘중국 정부가 머릿속에 칩을 심어놓고 나를 조종하고 고통을 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시 첸궈레이는 두 번의 결혼생활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생계유지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다.
칩에 의한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중국을 떠나야 한다고 결심한 첸궈레이는 외국에 갈 계획을 세웠다. 외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가면 더이상 중국에 돌아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으로 가 범행을 저지르려 했던 첸궈레이. 하지만 비자 발급이 어렵게 되자 그는 무사증으로 입국할 수 있는 한국 제주도를 선택했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첸궈레이는 2016년 9월 13일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들어왔다.
제주도에 오자마자 숙소 근처에 있는 상점에서 흉기를 구입한 첸궈레이는 제주 시내 아파트 단지, 성매매 업소 등 주변을 서성이며 범행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16일에는 제주 시내 교회를 두 차례 방문하고 종교시설을 범행지로 삼아야겠다고 결심, 범행 장소인 A성당을 두 차례 방문해 사전답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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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후 택시를 타고 도주한 첸궈레이는 7시간 만에 A성당에서 40여㎞ 떨어진 서귀포시에서 붙잡혔다. 첸궈레이는 경찰에 “김씨가 성당에서 혼자 기도하는 것을 보자 감정이 좋지 않은 전 부인 2명이 떠올라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첸궈레이에 대한 면담조사를 실시했다. 프로파일러는 망상장애에 의한 비합리적 사고가 첸궈레이의 범행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봤다.
이후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첸궈레이는 “타국의 감옥에 수감돼 중국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고, 검찰은 첸궈레이가 현실에 대한 불만과 이탈 욕구가 범행 동기가 돼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반면 피해자 김씨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로 생전 장기기증 서약까지 해놓았지만, 수사상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을 진행하느라 장기기증도 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아 더욱 안타까움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