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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전망보다 3배 높게 측정
이 회사가 제시한 최대 시장규모 1500억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된 뇌질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연간 건수 553만 건(2020년 기준)에 보건복지부로부터 통보받은 비급여 수가 5만4300원 중 회사의 몫인 50%를 곱해 산출한 수치다. 앞서 제이엘케이는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JBS-01K의 비급여 수가를 5만4300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새로 제시한 시장 규모는 당초 증권가에서 제시됐던 예상 규모보다 3배 가량 높아 다소 공격적인 수치로 평가된다. 지난달 5일 현대차증권이 JBS-01K가 비급여 적용 결정을 받기 전 발간한 기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JBS-01K 단독으로만 추정되는 시장 규모는 약 765억원이다. 당시 보고서에서는 비급여 수가를 5만4300원이 아닌 8만원으로 적용해 계산했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 시장 규모를 다시 산정하면 약 521억원으로 쪼그라든다. 이 수치와 제이엘케이가 새로 제시한 수치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시장 규모가 차이나는 셈이다.
당시 현대차증권은 MRI 촬영 건수가 아닌 뇌졸중 환자(약 75만 명) 중 뇌경색 환자 비율(85%)을 적용한 약 64만 명에, 예상 수가 4만원(8만원 중 50%), 뇌졸중은 최초 진단을 위한 1회 촬영 외 추적 촬영이 최소 2~3회 필요한 병변이라는 점을 감안, 3번 촬영을 기준, 예상 시장 규모를 추산한 바 있다.
제이엘케이 관계자는 “원래는 뇌졸중 환자들에게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수가를 확정받은 후 시장을 더 넓혀보자 해서 MRI 촬영 건수로 측정 기준을 바꾸었다”며 “현재 국내 3차 병원을 포함해 1차와 2차 병원의 50%가 넘는 곳에 제이엘케이 솔루션이 설치돼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택검진 시 10%만 이용”
일각에서는 MRI 촬영 건수로 시장 규모를 산정하는 건 허수를 지나치게 많이 포함한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의료기술들을 의료 현장에서 쓰려면 환자동의서를 일일해 받아야 해 권유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건강검진 시 MRI 촬영을 하면 전문의가 한 차례 판독을 해주는데, 여기서 추가로 돈을 내고 AI 솔루션을 선택할 환자 비중은 약 10%에 불과하다는 게 의료계의 예상이다. 여기다 올해 10월부터는 뇌질환과 무관한 단순 투통과 어지럼으로 찍은 뇌혈관 MRI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건보 적용 확대로 2020년 최고치를 찍었던 MRI 건수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MRI들은 이미 사람이 1차 판독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AI 솔루션을 붙인다고 해도 추가적인 밸류는 없는 셈이다”며 “또 건강검진 같은 경우는 선택검진으로 AI 기술을 선택하도록 한다. 검진하러 온 사람들이 체크해서 추가로 AI 검사를 선택할 수 있게 옵션을 다는데, 이 경우 선택 확률은 보통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 근무하는 의사 출신 매니저는 “건강검진 MRI 촬영 건수까지 포함하는 건 지나치게 부풀린 것이다”라며 “건강검진 시장은 정말 다양한 종류의 검사들이 진입하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하는 시장이다. 여기서 10%가 선택해도 많이 하는 것이다. 뇌경색 의심 환자수로만 시장을 산정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추산한 JBS-01K의 적정 시장 규모는 최대 662억원이다. 2020년 기준 MRI 촬영 건수(약 553만 건)의 절반을 건강검진 수요로 추정하고 여기에 10%를 선택검진으로 가정하면 연간 최대 수요는 305만 건 이다. 여기에 국내 병원 침투율과 환자 동의율을 80%로 추정하고 수가를 적용하면 662억원이라는 수치가 나온다.
제이엘케이에 따르면 JSB-01K의 뇌경색 검출 민감도(양성을 양성으로 판별하는 확률)는 98.1%다. 뇌경색으로 진단받은 환자만을 대상으로만 연구했기 때문에 특이도(음성을 음성이라고 할 확률) 수치는 없다.
제이엘케이와 증권사가 산정한 시장 규모는 사실상 JBS-01K 단독으로 낼 수 있는 최대 매출치를 측정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시장 규모를 부풀려 홍보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예상 매출액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회사는 건강보험 수가 적용으로 주가가 급등한 상황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사 고위 임원들은 부요 지분을 장내 매도해 115억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이후 회사는 대표 사과문을 내고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하면 향후 잉여현금흐름의 40%를 장내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고, 매입한 자사주를 100% 소각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