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 후엔 살이 찐다는데 정말일까?

  • 등록 2023-10-29 오전 7:21:01

    수정 2023-10-29 오전 7:21:01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비만은 섭취하는 에너지의 양보다 소모하는 양이 적을 때 발생한다. 특히 복부는 팔이나 다리보다 살이 찔 수 있는 공간이 많아 쉽게 살이 찐다.

중년 여성들의 뱃살을 찌우는 주요 원인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와 함께 ‘폐경’이 꼽힌다. 보통 월경이 끝나고 1년이 지나야 ‘폐경’을 진단하는데, 그 이전 월경 주기의 규칙성이 사라지는 시기부터 폐경이 될 때까지를 ‘폐경이행기’라고 부른다. 이 기간은 보통 2~8년 정도다. 난소가 기능을 다하는 폐경기에 들어서면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폐경 여성의 80% 이상은 수면장애, 우울증, 안면홍조 등 체적·정신적 변화를 겪는다. 또 근육의 양이 감소하게 되는데, 근육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 저하로 살이 쉽게 찌게 된다. 실제 폐경기에 들어선 여성은 1년에 평균 0.8㎏ 정도 체중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이행기가 보통 2~8년 지속된다고 보면 이 기간 보통 3~6㎏ 정도 찌는 셈이다.

최세경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들이 가장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는 폐경은 평균 50세 전후로 나타나는데, 실제 복부비만 유병률을 살펴보면 폐경 전 단계는 32.1%, 폐경 후에는 44.5%로 폐경 후 여성이 12.4% 더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폐경기 여성은 고혈압도 조심해야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중 지질 농도에 관여할 뿐 아니라 체내 혈관에도 직접 작용해 동맥을 확장시키는 기능이 있다. 때문에 폐경기의 에스트로겐 감소는 고혈압,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 질환의 발생빈도 증가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폐경기 이후 여성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홍조현상,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 등 혈관 운동 증상으로 오인하고 이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정기적인 혈압관리를 통해 심혈관 질환의 발생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뼈 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바로 뼈 형성 과정에서 칼슘 흡수를 돕는 에스트로겐 결핍 때문이다. 폐경 이후 1년간은 혈중 에스트로겐 농도가 급격히 줄어 뼈가 분해되는 양이 뼈 생성량을 넘어서게 되면서 뼈 밀도가 감소하는 골다공증이 찾아올 수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필요한 경우 칼슘제나 비타민 D 제제를 복용해 골다공증을 예방하도록 하고, 이미 골다공증이 진행됐다면 골밀도 검사를 통해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약이나 주사제를 처방받아 치료해야 한다.

최 교수는 “폐경기 이후 중년 여성이 지켜야 할 건강 수칙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첫째,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한다. 흰쌀보다는 현미가 좋고 빵, 과자, 떡, 밀가루 등 정제되고 달콤한 탄수화물은 피한다. 당분 역시 몸속에서 대부분 지방으로 전환되는 만큼 달콤한 간식, 음료수, 믹스커피뿐 아니라 과일의 양도 줄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둘째,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 한다. 노화와 함께 근육량이 감소되고 기초대사율이 저하되기 때문에 근육량 유지를 위해 근육의 원료가 되는 단백질 섭취는 적극적으로 늘리는 게 좋다. 콩, 두부뿐 아니라 닭가슴살, 소고기, 생선 등 동물성단백질을 하루 최소 한두 끼는 꼭 섭취해야 한다.

셋째,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전체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운동은 지방 분해와 근육량 증가를 위해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을 이미 앓고 있다면 식이조절과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은 호르몬 불균형으로 예민해져 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정신적인 여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넷째, 폐경 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도 중요하다. 폐경 이후 몸과 마음의 변화는 폐경 전후 에스트로겐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따라서 필요한 경우 증상에 대한 충분한 검사와 함께 전문의와 상의 후 적절한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폐경 후 적절한 호르몬 요법은 여성들의 삶의 질 향상과 골다공증 예방, 폐경 후 살이 찌는 증상에 대한 예방 등 여러 장점이 많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용량과 제제를 조절해 사용한다면 충분히 좋은 치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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