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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창출 본격화…기업가치 3배 ‘껑충’
올해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던 AI 열풍은 최근 들어 진정된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벤처캐피털 업계는 전체 투자자금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400억달러 이상을 AI업계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오픈AI의 ‘챗GPT’ 웹사이트 방문자는 지난 5월 2억 1000만명에서 최근 1억 8000만명으로 감소했다. 구글 검색 데이터에서도 대중의 관심은 넉달 전에 정점을 찍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경우 늘 그렇듯 “그동안 AI업계 주도권을 놓고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면, 이제는 우위를 굳건히 하기 위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말 생성형AI인 챗GPT 출시해 두 달 만에 월간 이용자 1억명을 확보한 오픈AI가 기술적 우위를 지키며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바드’를 서둘러 출시하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앤트로픽 등 다른 AI스타트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6일 오픈AI가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구주 매각을 투자자들과 논의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기업가치는 800억~900억달러(약 108조~122조원)로 평가됐다고 보도했다. 올해 초 MS로부터 100억달러를 투자받았을 때의 평가액 290억달러와 비교하면 3배 높은 수준이다.
주요 빅테크인 MS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챗GPT가 출시되기 전부터 오픈AI에 투자해온 MS는 현재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MS는 오픈AI가 올해 10억달러(약 1조 3500억원), 내년에는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했다. 챗GPT 출시 전인 2021년 오픈AI의 매출은 2800만달러(약 378억원)에 불과했다.
“지속적인 매출 성장·투자금 확보가 가장 중요”
제조, 물류는 물론 자율주행, 학습, 쇼핑 등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생성형AI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만큼, 매출 성장세가 안정 궤도에 오르면 오픈AI는 AI 업계의 테슬라가 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기업들이 인사평가, 해고 결정 등 경영에 AI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최고경영자(CEO)에 AI를 앉힌 기업까지 나왔다.
오픈AI가 빅테크로 성장하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매출을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즉 수익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더욱 개선되고 지능적인 생성형AI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방대한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계속해서 투자금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최신 모델인 GPT-4는 훈련에만 약 1억달러(약 1350억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규제·소송 리스크 걸림돌…‘1등의 저주’ 우려도
그러나 오픈AI의 성장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각종 부작용에 따른 규제 리스크다. AI를 악용한 가짜 사진, 보이스피싱 등은 이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에선 챗GPT가 변호사에게 제공한 판례가 가짜였던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AI 규제 도입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으며, 2026년 시행이 예상된다.
지식재산권 침해 등 저작권 논란에 따른 소송 리스크도 있다. ‘왕좌의 게임’ 원작자를 비롯한 유명 소설가들은 오픈AI가 자신들의 저작물을 불법 사용하고 있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유명 작품 원고를 알고리즘에 공급해 챗GPT가 인간과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AI의 저작권 침해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는 규제 리스크와도 맞닿아 있다.
‘1등의 저주’를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업계 선두라는 점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돈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닷컴 버블 때와 달리 오픈AI는 구글 등 이미 막대한 자본을 보유한 기존 빅테크들과 경쟁하고 있다. 구글은 GPT-4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모델 ‘제미니’를 개발중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기술 분야를 개척하고도 경쟁 업체들에게 추월당한 넷츠스케이프, 마이스페이스 등과 같은 운명을 피하고, 초기 우위를 지속적인 이점으로 전환해야 빅테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