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경착륙' 국면…경기 활성화 노력 시급"

현대경제연구원, '경제 동향 및 경기 판단' 경제주평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2021년 6월 이후 장기간 하락
올 2분기 수출 침체에 소비마저 위축…"갈림길에 놓여"
"불황 기간 단축 위해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노력 시급"
  • 등록 2023-06-05 오전 4:30:00

    수정 2023-06-05 오전 4:30:0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우리 경제가 수출·내수 모두에서 경제성장 동력을 상실하면서 경착륙 시작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으로의 불황 기간을 줄이고 모든 경제주체가 큰 충격 없이 연착륙해 반등을 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경기 활성화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현대경제연구원(이하 현대연)은 4일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2023년 2분기)이라는 경제주평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작년 4분기(-0.3%)에서 0.6%포인트 증가한 0.3%로 반등하면서 역성장에서 탈출했다. 연구원은 그러나 이는 고정투자(성장 기여도, -0.2%포인트(p))와 순수출(-0.2%p) 부진 속 민간소비(0.3%p)가 그나마 반등한 영향일 뿐 경제 상황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미래 경기 방향을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내리막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그 방증이다. 지난 4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p 하락한 98.0p를 기록하며 2021년 6월102.2p로 정점을 찍은 뒤 22개월째 추세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완화와 함께 소비가 늘어나면서 경기를 방어했으나 최근 이 역시 위축하는 모습이다. 소매판매는 지난 4월 기준 전월비(-2.3%), 전년동월비(-1.1%) 모두 줄었다. 보복 소비 심리로 1분기에 일시적인 호조를 보였지만,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가계 구매력 감소와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침체 국면으로 재진입했다는 평가다.

수출 경기도 장기 침체 국면이다. 5월 수출은 전년동월비 15.2% 감소해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물량(-3.2%)과 수출 단가(-12.0%)가 동시에 감소하면서 전형적인 불황 국면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대 시장인 대(對)중국 수출이 지난달 전년동월비 20.8% 감소해 12개월 연속 감소했다. 전산업 생산증가율도 4월 전월비 1.4% 줄었고, 전년동월비 0.8% 감소했다. 모두 한달 만의 감소 전환이다.

주원 현대연 경제연구실장은 “수출 경기는 주력 품목인 반도체와 주력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심각한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투자도 부진한 모습”이라며 “보복 소비심리로 1분기 경기 안전판 역할을 했던 소비 부문이 최근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실질 구매력 약화로 그 한계를 나타내면서 내·외수 동반 침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 우리 경제가 현재 ‘경착륙’이 시작되는 국면에 있다는 우려 섞인 진단이 나온다. 업계는 올 초까지만해도 중국 리오프닝과 맞물려 상반기 중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는 반등하리란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회복 시나리오를 기대했으나, 자칫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 시나리오, 이른바 ‘상저하저’에 빠질 수도 있는 갈림길에 놓였다는 판단이다.

현대연 보고서는 정부가 빠른 수출 개선과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제때 실효 있는 정책적 대응에 나선다면 상저하고 시나리오가 유효하지만, 하반기에도 수출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소비마저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내년까지 장기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저하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현대연은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경기 활성화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수에선 더 적극적으로 소비 활성화에 나서는 한편 규제 완화와 투자 유인책 확대, 통상·외교 불확실성 해소 노력을 통해 기업의 투자와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원 실장은 “향후 전개되는 불황의 진폭을 줄이고 불황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선 더 적극적인 경기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제 철학·이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더 실용적이고 유연한 경제정책 기조를 구축한 가운데 저성장·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사회 양극화에 대응해 사회 안전망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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