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암 다른 장기와 인접, 전이 쉽고 재발률·수술합병증 가능성 높아

직장암, 전이·재발·수술합병증 잦은 이유는?
대장암, 발생률·사망률 모두 3위… 비만·음주, 발생률 2배 증가시켜
대장암 10명 중 4명은 직장암… 50세 이상 나이·붉은 고기 등 위험
  • 등록 2023-06-04 오전 7:15:01

    수정 2023-06-04 오전 7:15:01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대장(大腸)은 크게 결장과 직장으로 나뉜다. 물음표 모양으로 물음표의 둥근 부위가 결장, 아래쪽 직선 부위가 직장이다. 직장은 대장의 제일 끝부분부터 항문까지의 부위로 변을 저장하고 배변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길이는 약 15㎝다.

직장은 주먹 하나 크기의 좁은 골반 중앙에 위치하는데 전방은 전립선이나 질 등 생식기와 인접하고, 측면은 골반혈관과 신경이, 후방엔 천골이 자리한다. 따라서 직장암은 인접한 다른 장기에 전이되기 쉽고, 결장암과 달리 재발률과 수술에 따른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다.

송주명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직장암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장암, 발생률·사망률 모두 3위… 대장암 중 40% 직장암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통계자료를 보면 2020년 새롭게 발생한 대장암 환자는 2만7877명으로 갑상선암(2만9180명)과 폐암(2만894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이는 2019년 전체 암 발생률 4위에서 위암을 제치고 한 계단 오른 수치다.

대장암은 사망률 역시 높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대장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8984명으로 폐암(1만8902명), 간암(1만255명)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전체 암 사망자(8만2688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9%. 암 사망자 10명 중 1명은 대장암으로 사망한다는 얘기이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대장에 발생하는 용종이 자라서 생긴다. 따라서 용종만 잘 제거하면 대장암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발생률은 70~90%, 사망률은 5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용종의 크기가 클수록 암으로의 이행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연령에 비례해 발생률이 느는데 주로 50세 이상에서 발생한다.

대장암의 약 80%는 식습관, 비만과 같은 후천적,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나머지 10~20%는 유전적 요인이다. 특히 식습관은 대장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후천적 요인으로 알려진다. 비만과 음주는 대장암 발생 위험을 2배가량 증가시킨다. 흡연은 50%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략 대장암 환자 5명 중 1명은 흡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주명 교수는 “다행히 대장암은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만 받으면 조기발견을 통해 90% 이상 완치가 가능하고, 5년 생존율도 75%를 넘는다”고 했다.

직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약 40%를 차지한다. 2000년대 이전에는 결장암보다 환자가 많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직장암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결장암 비율이 약 70%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국내 직장암 발생비율은 더 감소할 전망이다.

◇45세 후 정기적 대장내시경 권장… 배변습관 바뀌면 병원 찾아야

직장암의 위험은 50대 이상의 나이 또는 붉은 고기는 많이 먹지만 채소나 과일은 잘 먹지 않는 경우 더 커진다. 또 비만이 있거나 술, 담배를 즐기는 사람도 직장암을 조심해야 한다. 가족 중에 직장암이나 대장암 환자가 있었거나, 염증성 장질환이나 가족성 용종증 같은 장질환이 있는 경우도 주의한다.

직장암이 생기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직장이 암으로 좁아지면서 변이 잘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변비로 오해하기도 하고, 변이 가늘게 나오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뒷부분이 묵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대변에 피나 점액이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들 증상 대부분이 직장암이나 대장암만의 증상이 아닌, 다른 항문질환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라는 점에서 반드시 구별이 필요하다.

증상이 의심돼 병원을 찾게 되면 우선 항문수지검사와 항문직장경을 통해 1차 검사를 시행한다. 이후 가능한 빠른 시기에 대장내시경을 통해 직장과 나머지 대장을 검사해 직장암 유무를 판별한다. 직장암으로 진단된 경우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CT(컴퓨터단층촬영)나 골반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직장암의 경우 폐전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흉부 CT 역시 필수적이다.

직장암 초기의 경우 진단 후 수술 전 CT와 MRI 검사 뒤 수술을 진행하지만,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 전 방사선항암치료를 반드시 시행한다. 수술 전 방사선항암치료는 약 1달 반이 소요된다. 방사선치료 완료 후 6~8주 뒤 수술을 진행한다.

송주명 교수는 “대한대장항문학회에서는 대장암 조기발견을 위해 45세 이후 정기적인 대장내시경을 권장하고 있고, 국가암검진 사업으로 대변잠혈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며 “혈변이나 배변습관의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지체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술이 유일한 완치법… NGS 통해 개인별 맞춤 암치료 가능해져

직장암은 수술적 절제만이 유일한 완치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수술은 저위전방절제술이다. 직장은 지방조직이 둘러싸고 있는데, 이 지방조직 안에 암세포가 퍼져 있을 수 있다. 저위전방절제술은 이 지방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골반으로부터 직장과 직장 주변 지방조직을 절제한다. 복강경으로 시행한다. 일부 초기 직장암에서는 대장내시경절제술 또는 경항문절제술 등을 통해 치료하기도 한다.

진행성 직장암의 경우 수술 전 방사선항암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1기를 제외한 직장암에서는 수술 후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가 진행된다.

최근에는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유전자 패널검사를 통해 환자 개인별 맞춤 암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NGS 검사는 환자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분석해 유전자 변이로 인한 질환을 진단하고, 각 개인에게 잘 맞는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NGS 검사를 통해 대장암의 유전자 변이부위를 한꺼번에 분석함으로써 검사시간의 단축이나 개인 맞춤형 치료를 통한 치료제(약물)의 반응이 예측 가능해져 치료 효과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송주명 교수는 “직장암은 다른 대장암보다 재발률이 높고, 좁은 골반에서 발생하는 암이기 때문에 국소재발률 또한 높다”며 “재발률은 20~50% 정도로 3~5년 안에 주로 재발하고 5년 이후에는 재발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예방엔 식습관·운동 중요… 붉은 고기·가공육 피하고 금주·금연해야

직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습관과 운동이 중요하다. 돼지고기, 소고기 등 붉은 고기와 햄, 소시지와 같은 가공육을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규칙적 운동은 장의 연동을 촉진시켜 대변이 장 내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 암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 비만도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 흡연과 음주 역시 대장암 발생과 연관이 있는 만큼 담배와 술을 멀리하는 생활습관이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45세 이후에는 적어도 한 번 이상은 대장내시경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장항문학회에서는 45세 이후 5년마다 대장내시경을 권장하고 있다. 이는 50세 이후 대장암 발병률이 높고, 내시경적 절제가 용이한 용종(대장암 전단계) 상태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송주명 교수는 “나이가 들면 얼굴에 점과 검버섯이 늘듯 대장에서도 용종이 늘고 암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국가암검진에서 대변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대변잠혈검사의 정확도는 높지 않는 편이다. 45세 이후에는 대장내시경을 꼭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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