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온기 되찾는 한일 경제 관계, 정치ㆍ외교 불똥 더 없어야

  • 등록 2022-05-31 오전 5:00:00

    수정 2022-05-31 오전 5:00:00

한일경제협회와 일한경제협회가 어제 서울과 일본 도쿄를 온라인으로 연결한 영상회의 방식의 제54회 한일경제인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웹회의로 열린 두번째 대화 자리다. 양국 간 정치적 갈등과 외교 마찰, 자연 재해 속에서도 1969년부터 매년 한 차례도 중단된 적 없었던 이 회의의 이번 주제는 ‘한일 경제 연계의 새로운 스테이지’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양국 협력 플랫폼 구축 등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새 정부 출범 후 한일의 해빙 무드가 뚜렷해졌지만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놓고 본다면 경제는 첫 손가락에 꼽아도 무리가 아니다. 정치, 외교 마찰과 대립으로 입은 양국 경제의 피해가 막대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한일 교역은 일본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품목의 대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고 이에 맞서 문재인 정부가 반일 정책을 노골화한 2019년 하반기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7년 하반기~2019년 상반기 1천 653억달러에 달했던 양국 교역은 2019년 하반기~2021년 상반기 1천 491억달러로 9.8%나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등 3대 소·부·장 품목 기준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같은 기간 75.9%에서 74.6%로 소폭 감소에 그쳐 양국 마찰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을 튀겼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일본 출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무역협회가 다음 달 도쿄에서 3년 만에 한국상품전시회를 열기로 하는 등 경제 분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민간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완전한 정상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양국 정부와 정치권의 이해 및 적극적인 협조 없인 경제 교류도 훈풍을 바랄 수 없다. 불필요한 정치적 마찰과 비판, 공격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경제 관계에서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동일 품목내에서도 한일의 수출경합도가 하락하고 있다며 경쟁보다 협력이 유리한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대란 속에서 한일 관계 회복이 공급망 다변화의 효과를 가져다 준다는 분석도 있다. 소모적인 오기 싸움은 이제 끝내야 한다. 윈-윈 관계 구축을 위한 양국 경협의 신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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