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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삼일제약에 따르면, 베트남 호찌민시에 건설 중인 점안제 위탁생산(CMO) 공장이 오는 7월 완공된다. 이 공장은 전 자동화 생산시설로 축구장 3배 크기다. 삼일제약은 올 하반기부터 베트남 CMO에서 점안제 시제품 생산, GMP(우수의약픔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밸리데이션(품질검증을 위한 시생산) 등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 생산과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 CMO 공장은 연간 최대 1회용 점안제 1.4억관, 다회용 점안제 0.5억병을 생산할 수 있다. 완전가동 시 연 매출액만 2500억원에 이른다. 삼일제약은 지난해 1342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삼일제약의 외형성장 여부가 베트남 CMO 가동률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점안제 공장 투자 회피...CMO 고객유치 가능성↑
문제는 삼일제약이 베트남 CMO에 고객사를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느냐 여부다. 고객사 유치가 기대를 밑돌 경우, 베트남 CMO는 자칫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삼일제약은 올해만 베트남 CMO 공장에 총 380억원의 투자를 예고했다. 삼일제약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이 35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 CMO 공장에 사활을 걸은 셈이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베트남에 공장을 지어놓으면 글로벌 강자(다국적 제약사)들이 CMO를 맡길 것이냐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며 “점안제 공장은 안과용 점안제 외엔 다른 품목을 생산할 수 없어, 제약사들이 투자를 회피하는 대표적인 품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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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에서 점안제를 판매 중인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도 CMO를 통해 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점안제 시장은 총 340억 달러(43조원) 규모로, 상위 12개사 점유율이 고르게 분산돼 있다. 절대 강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점유율 증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 결과 글로벌 전역에서 안질환 전문 CMO 사업은 강화되는 추세다. SK캐피탈은 지난해 1월 미국 캐털런트로부터 점안제 설비 자산을 인수했다. 같은 달 론자는 안질환 치료제 유럽 제조설비 일체를 떼어내 ‘넥스트파마’를 설립했다.
제네릭 증가로 오리지널 점안제 수익성 악화...CMO 수요↑
삼일제약 관계자는 “오리지널 점안제 개발 제약사들이 제네릭 출현 여파로 수익성이 매년 악화되고 있다”며 “오리지널 제약사들이 약가 인하에 대응하기 위해 낮은 가격에 생산할 수 있는 CMO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베트남의 대졸 신입사원 월 평균 임금은 380달러(48만원)로 국내 2245달러(285만원)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생산원가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낮출 수 있어 점안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베트남은 TPP. ASEAN, RCEP FTAAP 등 다자간 무역협정에 가입돼 있어 관세절감도 가능하다.
글로벌 제약사와 오랜기간 협력...깊은 신뢰 형성
삼일제약이 글로벌 점안제 기업들과 오랜 협력관계였다는 점도 CMO 고객유치 가능성을 높인다. 삼일제약은 지난 1991년부터 미국 엘러간과 기술 제휴,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양사는 리프레쉬플러스 공동판매, 라스타카프트·레스타시스 판권계약을 맺어왔다.
또 유럽 안과전문 제약사 1위 프랑스 ‘떼아’(Thea)와 지난 1982년 계약을 맺고 후루다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삼일제약은 떼아의 점안제 ‘나박’(1986년), 인공눈물 ‘히아박’(2013년), 녹내장치료제 ‘모노프로스트·듀오콥트’(2016년) 등의 국내 판매를 전담해왔다.
삼일제약 관계자는 “엘러간과 떼아와의 관계가 30~40년에 이른다”면서 “이미 글로벌 수위의 점안제 기업들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 유치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다국적 제약사들과 베트남 점안제 CMO 계약 건을 두고 상당 부분 논의가 진척됐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