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삼성전자(005930)를 시작으로 상장사들의 본격적인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에 전체 실적 추정치 내림세가 불가피하지만, 이 중에서도 반등이 전망되는 업종으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봤다. ‘실적 풍향계’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며 기대감이 나온다.
|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27(1.18%) 내린 2953.97, 코스닥은 22.04(2.14%) 하락한 1009.62에 거래를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화로 인한 금리 상승 압력 확대, 미국 ISM 제조업지수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렸다는 평이다. ASML 공장 화재는 반도체 대형주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매크로 이슈에 더해 국내 증시 수급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연초 지난 연말 금융투자의 배당차익거래 포지션 청산 과정에 따른 매물 출회와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1월 예정된 LG에너지솔루션 등 대형 기업공개(IPO)도 예정돼 있어 여타 대형주 수급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여러 요인들이 연초 국내 국내 증시 상단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초 실적시즌을 맞아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업종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 따른다. 오는 7일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잠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지난해 4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된다.
김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년 4분기는 연말을 맞아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변동성이 높아 어닝 서프라이즈·쇼크 여부보다는 최근 이익 모멘텀 기대감이 높아지는 업종이 주목된다”며 “연초 미국 부양책 표결, 대형 IPO, 지정학적 긴장이 주가 단기 변동성을 확대하면서 실적 성장, 멀티플 확대가 동반되는 종목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기관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 215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1조10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98% 증가한 수준이다. 1개월 전 대비 0.70%, 3개월 전 대비 1.01% 내리며 소폭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12월 한국 수출 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하며 부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일시적일 수 있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늘면서 무역적자를 보였는데, 한국처럼 대형주 중심 수출국 입장에선 부담”이라며 “여기에 유가 상승을 비롯한 에너지 가격 부담이 이익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실적 긍정 요인도 있다. 지난해 연말 미국 소비가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17%를 차지하는 미국 소비 경기가 견조하다면 국내 상장사 이익 전망을 둘러싼 불안은 완화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 가운데서도 실적이 상향 조정된 종목에 접근이 유효하단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최근 1개월간 가장 많이 오른 종목(적자 제외)은 대한항공(003490), 피에스케이(319660),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GS(078930), 서울반도체(046890), 한화솔루션(009830) 등이다. 업종으로는 항공운수, 반도체·관련장비, 바이오, 석유 및 가스, 디스플레이, 화학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후반 증시의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는데 주요한 원인이 되었던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대형 업종의 이익 조정 비율은 작년 연말 이후 하향 조정세가 잦아든 상황”이라며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내외 경제활동의 부담이 놓여있는 상황에서 향후 실질적인 이익 모멘텀의 개선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의 여부는 이번 4분기 실적 발표가 그 가늠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익이 좋으려면 중국 수출이나 내수가 좋아야 하는데 기대감에 못 미치는 중국 부양 기조와 위드 코로나로 약해진 내수 상황에 실적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1분기 중하순부터는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이 반등세를 보일 것으로 봤다. 최근 CITI 글로벌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도 반등세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한국은 대외 노출도가 높다 보니 선진국 등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잘 나오면 긍정적인데 경기 서프라이즈 지수가 전월 대비 반등하고 있어, 시차를 두고 1분기 중반께 국내 기업 상향 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실적 풍향계’로도 불리는 삼성전자(005930)의 실적이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삼성전자의 지난 4일 기준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5조1609억원으로 1개월 전(55조179억원)보다 1000억원가량 늘었다. 이에 이날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다운 사이클이 예상보다 짧게 마무리될 것으로 봤다. 여기에 파운드리와 폴더블폰 연간 실적도 양호할 것이란 전망이다.
변준호 흥국증권 연구원은 “2022년은 2021년 대비 경제 성장률도 낮아지고 수출 증가율도 낮아지는 만큼 실적 증가율의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단 그와 같은 피크 아웃 우려의 명분으로 이미 지난 하반기 반도체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에 올해 실적 증가율 둔화 우려는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올해 영업이익 연간 추정치의 1개월 전 대비 상승률이 높은 상위 주요 종목은 심텍(222800), LX인터내셔널(001120), 피에스케이(319660), DB하이텍(000990),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