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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스타트업 투자 분석업체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올 들어 가장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린 CVC는 삼성벤처투자로 1029억원을 집행해 작년 한해 투자액(334억원)의 3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벤처투자는 삼성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바이오 등이 집중 투자하고 있다. 지난 5월엔 2015년 시리즈B부터 투자해온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눔(Noom)의 시리즈F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눔의 기업가치는 약 4조원으로 추정된다.
카카오의 CVC인 카카오벤처스도 올해 512억원을 투자하며 작년 한해치(266억원)의 두 배 가까이 자금을 집행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지난달 1789억원 규모의 당근마켓 시리즈D 투자에 참여하는 등 카카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또 롯데그룹 CVC인 롯데벤처스도 같은 기간 126억원을 투자해 전년(91억원)보다 40% 가량 규모를 늘렸고, 신세계그룹 CVC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도 30억원에서 107억원으로 투자금을 3배 이상 확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대기업 자금이 벤처투자로 쏟아지며, 10대 그룹부터 중견그룹까지 추가적인 CVC 설립 추진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 연말부터 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허용돼 LG와 GS 등 지주회사 체제 그룹들이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이랜드그룹과 일진그룹이 각각 1월과 4월에 이랜드밴처스, 일진투자파트너스를 세우는 등 중견그룹도 CVC 설립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주요 대기업들의 CVC 설립 추진은 국내 유망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금 유입 가능성을 높이고, VC업계 전반에도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VC 업계 한 관계자는 “CVC가 시장에 들어오면서 벤처생태계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CVC가 모회사와의 시너지를 고려한 투자를 집행하면서 기존 VC들도 자금회수에 중점을 두는 투자보다는 방향성을 깊게 고민,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주회사 CVC 허용에도 불구하고 해외 CVC와 비교하면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해외 CVC인 구글벤처스(GV)의 경우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이 지분 100% 소유하고 있지만 투자 및 펀드 조성 등에서 자유롭다. 지난 2009년부터 현재까지 벤처기업 25개를 주식시장에 공개(IPO)했고 125개 회사의 인수합병(M&A)에 성공하는 등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벤처스가 초기 투자한 공유차량업체 ‘우버’,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 등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 연말부터 지주회사 보유 CVC 설립을 허용, 투자의 길을 터주긴 했지만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지주회사는 100% 완전자회사 형태로만 CVC를 소유할 수 있고, 차입 규모도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된다. 같은 VC인 창업투자회사(2000%)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900%)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또 투자 외에 융자 등 다른 금융 업무를 할 수 없고, 외부자금 출자도 펀드 전체 조성액의 최대 40%로 제한된다. 한국판 ‘구글벤처스’ 탄생을 위해 추가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한국이 더 많은 유니콘을 배출하기 위해선 성장기 스타트업을 도약시킬 모멘텀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M&A 엑시트가 활성화돼 투자금 회수와 재투자의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 대기업 자본이 벤처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CVC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