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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이런 지독한 정치는 처음이다”
최저 최악의 총리
오는 30일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향해 일본 트위터에서는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전임자인 아베 총리가 건강 악화로 퇴임하면서 스가 총리가 그 자리를 대신, 1년간의 짧은 잔여임기를 맡는 사이에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진 모습이다.
일본 주간지 죠세지신은 지난 15일 21세기 들어 가장 실망스러운 총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스가 총리의 뒤를 이어 차기 자민당 총재를 뽑는 선거를 이틀 앞두고서다. 조사는 9일부터 12일까지 성인남녀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일본 유권자들이 꼽은 최악의 총리는 누구일까.
스가 총리는 실망스러운 총리 2위에 올랐다. 응답자 24%의 지목을 받으면서다. 3위와는 10%포인트 넘게 차이가 났다. 재임 내내 그를 괴롭혔던 코로나19 바이러스 대처 문제와 도쿄올림픽을 이유로 꼽는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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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보다도 더 국민들을 실망시킨 이는 아베 신조 전 총리로 나타났다. 스가 총리보다 2%포인트 높은 26%가 아베 전 총리를 최악으로 꼽았다. 아베 전 총리 부부가 관련된 공문서 조작 스캔들인 모리토모 학원 문제나, 국가 행사의 사유화 논란을 일으켰던 벚꽃을 보는 모임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60대 남성은 이를 두고 “아베가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 도망만 다녔다”고 비판했다.
이 와중에 어설픈 코로나19 초기 대응이 결정타를 날렸다. 지난해 2월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나자 일본 정부는 해당 선박이 영국 소유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 비난을 받았다.
친한파로 분류된다. 다만 일본 유권자들은 하토야마 전 총리가 입헌민주당을 향한 기대에 못 미쳤으며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실망스러운 총리 3위에 꼽았다.
최악의 총리 설문조사 1, 2위에 각각 아베와 스가 전 총리가 오른 건 일본 국민 절반 이상이 차기 총리에 이들을 계승하지 말 것을 요구한 아사히신문 최근 여론조사의 연장선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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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국회의원과 당원 표가 각각 50%씩 반영되는 탓에 전국민적 지지를 받는 고노의 당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반을 확보해야 당선이 확정되는 선거 시스템을 의식해서일까. 이번 선거에 출사표를 낸 고노는 당내 굳건한 아베 지지파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그간 신랄하게 비판해 왔던 아베의 양적완화 정책, 아베노믹스를 향한 비판 수위를 한층 낮추면서다.
일본의 사실상 차기 총리가 결정되는 자민당 총재 선거는 29일 투개표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