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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323410), 크래프톤(259960) 등 상장하자마자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권 안에 든 초대형 종목의 지수 편입이 마무리되고 있다. 해당 이벤트는 그간 수급 ‘블랙홀’로 여겨졌다. 지수를 추종하는 각종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기계적으로 신규편입된 두 종목을 사면서, 반대로 기존 시총 상위주에 수급이 끊긴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20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카카오뱅크 조기 편입 열흘 전인 10일부터, 외국인들은 이 주식을 대량 구매했다. 통상 지수 편입 효과를 기대, 적용일 전부터 수급이 몰려 주가는 상승한다. 해당 기간 외국인은 카카오뱅크를 총 3263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코스피는 8조490억원을 팔았다. 지수 편입 이벤트는 이후 같은 달 31일 MSCI 조기편입을 지나, 오는 9일 코스피200 조기편입으로 일단락된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들이 수급 이벤트 영향권에 놓이면서 8월 한 달 동안 코스피200은 보합권에 머물렀다”며 “반면 시총 30위 내에 있는 종목 중에서 3개의 지수 이벤트에 한 개라도 편입되는 4개 종목(카카오뱅크, 크래프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은 평균 32%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IPO 시장에서 하반기 최대어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연기되면서, 올해는 더 이상 대형주에 부정적인 수급 이슈는 없다는 안도감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30일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EV) 리콜 사태로 연내 IPO 여부를 오는 10월까지 밝힌다고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2분기 실적에 GM 볼트 전기차 리콜 관련 충당금 910억원을 반영했는데, 최근 GM이 10억달러(약1조1000억원) 규모의 추가 리콜을 발표해 이 비용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IPO는 재무 안정성이 불안한 시기는 넘기고 진행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신규 대형주들의 지수 편입이 끝났다고 해서, 꼭 대형주 ‘사자’가 진행되지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코스피를 안 사는 이유가 꼭 수급 때문은 아니기 때문에, 9일 코스피200 특례편입이 끝났다고 해서 시총 상위주들이 약진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총 상위 종목의 주가 상승에 기대가 쏠리는 이유는 수급 외 실적 측면도 있다. 해당 종목들이 코스피의 다른 종목들보다 3분기 실적 전망치 개선 정도가 더 낫다는 것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 전망이 상향되고 있는 종목들도 여전히 시총 상위 대형주들로,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POSCO(005490) 등이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상향을 이끌고 있다”며 “한국전력(015760), 한국조선해양(009540) 등의 실적 전망이 하향되긴 했지만 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고 설명했다.
실적이란 변수가 향후 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이란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진행을 계획하고 있고 한국은행은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이익 전망치 증가율은 역 기저효과로 3분기부터 낮아지겠지만, 해당 구간을 벗어나면서 실적 장세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경로로 시장이 바뀌게 된다는 전제하에, 현 시점에서 3분기 실적이 뛰어난 종목 매수에 대한 효과는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은 2분기보다 3분기 성적이 더 뛰어난 종목이 적겠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실적장세가 진행돼 성적이 상향평준화되기 때문이다. 희소성이 사라진 실적주는 매력이 없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과거 금융위기 땐 테이퍼링→실적 전망 하향→기준 금리 인상→실적 전망 증가 순으로 유동성장세가 끝나고 실적장세가 연출됐다면,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모든 게 압축적으로 빠르게 진행돼 기준 금리 인상 전이지만 실적 장세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매수대상은 코스피200으로 좁히고 그중에서도 3분기 영업이익 증가 폭이 2분기보다도 큰 소수의 종목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