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지난 5월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청약 증거금이 89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공모 청약 시장 열기가 뜨겁다. 다만 연령대별 열기는 조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공모 청약 투자 연령대별 비중 추이를 살펴본 결과 2030 청년층의 비중은 줄고 5060 중장년층 비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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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표 주관이던 지난해 SK바이오팜부터 빅히트 그리고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까지 20·30대의 청약 증거금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우선 지난해 하반기 공모 청약 시장을 달군 SK바이오팜 당시 20·30의 청약 증거금 비중은 34.4%였다. 그러나 빅히트 공모서 32.6%로 소폭 하락하더니 올해 균등 배분이 시행된 SK바이오사이언스에선 16.8%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한국투자증권 청약결과도 비슷했다. 2030 청약자금 비중은 빅히트 당시 15.6%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때 13.2%로 줄었다. 금융당국이 일반 청약 기회 확대를 위해 개인들에게 배정되는 물량의 50%를 균등 배분할 수 있게 했지만 되려 20·30의 투자 규모는 줄어든 셈이다.
이에 균등배정 방식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투자자도 있었다. 한 30대 사회초년생은 “공모주 청약은 일반 주식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목돈이 제한적인 2030세대가 비례 배정 방식의 공모 청약을 배정받기는 어렵다”며 “절반 물량에 대해 균등 배정 방식이 도입됐다고는 하나, 아직 투자금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현실”라며 균등배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기간 50·60대 장년층의 투자규모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NH투자증권 기준 SK바이오팜 청약에서 장년층의 증거금 비중은 36.8%였지만 빅히트에선 39.9%, SK바이오사이언스에선 무려 60.1%까지 치솟았다. 한국투자증권 청약자금 분포서도 빅히트 61.6%, SK바이오사이언스 67.9%로 장년층 비중은 오름세였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두 증권사를 합쳐 각 사 청약 물량의 절반 규모를 배정받은 바 있다.
이처럼 연령대별 증거금 비중 추세가 상이한 가운데 투자 수요가 다른 게 요인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연령대의 청약투자 비중 감소는 의아하지만 균등배분 제도의 취지는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에 비해 투자금 허들이 높은 단점을 보완, 보다 균등하게 공모주를 배분하는 것”이라며 “청년층 투자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연령대별로 공모주 투자 수요가 달라 생긴 현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주는 일반 주식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는 시장으로 인식되는 만큼 장년층 수요가 높았을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의 경우 2030 청년층에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있었던 만큼 연령대 별 투자 온도가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