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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손목과 발목에는 반복된 결박의 흔적이 뚜렷했고, 지속적인 폭력을 가늠케하는 멍 자국 등이 온몸에 남아 있었다. 또한 그가 발견된 곳은 비좁은 화장실로, 화장실 물탱크 위에는 각각 밥과 소량의 물이 담긴 종이컵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이 모든 단서들이 가리키는 것은 단 하나, 오랜 시간 이루어진 감금의 정황이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사망 당시 몸무게는 고작 34kg에 불과했다.
좁고 어두운 화장실에서 고통 속에 죽어간 이는 스물두 살의 청년 박민준(가명) 씨.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은, 민준 씨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들이 그와 함께 살던 안 씨와 김 씨라는 것. 심지어 안 씨는 민준 씨 사망 당시 119에 직접 신고 전화를 하기도 했다. 숨진 민준씨를 비롯해 한 집에 살던 이 세 사람은 모두 동갑내기로, 김 씨는 민준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안 씨와 김 씨는 친구 사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작진은 이들 세 사람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사건이 발생하기 약 10개월 전 이들의 어긋난 관계를 감지한 목격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작년 8월경 이들이 살았던 영등포구의 오피스텔 주변에서 만난 사람들은 체구가 유독 작은 민준 씨를 똑똑히 기억했다.
여러 목격자들이 평범하지 않았던 민준 씨를 눈여겨봤던 그 때, 정작 민준 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행방을 전혀 알 수 없어 가출신고를 했다고 한다. 이후 민준 씨가 편의점 사건으로 경찰에 인계되고 나서 아들과 겨우 연락이 닿았다는데 제작진은 어렵게 민준 씨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아버지에 따르면, 아들과 가장 친한 친구가 김 씨였다고 한다. 숨진 민준씨와 두 친구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실종신고 후 경찰의 연락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아들. 그런데 당시 아들 민준 씨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들을 병원에 데리고 간 아버지는 갈비뼈를 비롯한 아들의 몸 이곳저곳에 골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민준 씨의 아버지뿐 아니라 영등포구 오피스텔의 이웃들이나 지인들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이들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세 사람 사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취재를 이어가던 중, 제작진은 민준 씨의 휴대전화 정보에서 눈에 띄는 사실을 발견했다.
민준 씨의 명의로 추가 개통된 휴대전화가 무려 4대였던 것이다. 게다가 작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계속 이어진 100여건의 소액결제내역. 제작진은 민준 씨의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500여건의 통화 내역을 확보해 면밀히 분석했다. 과연 민준 씨의 휴대전화에 남은 단서들은 세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밝히는 증거가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한편 ‘그것이 알고 싶다’는 매주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