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리버만 보조견 아니에요"...보조견 '문전박대'는 여전

끊이지 않는 '장애인 보조견' 거부 논란
시각·청각 등 장애인 보조견 다양한데 인식 부족
소형 보조견은 반려견으로 오해받기도
양성도 쉽지 않아... 홍보 및 지원 확대 절실
  • 등록 2021-06-08 오전 12:30:52

    수정 2022-01-21 오전 9:33:35

지난달 25일 시각장애인 유튜버 김한솔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에 안내견이 식당 출입을 거부당한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 속에서 식당 측은 법적으로 입장이 가능하다는 김씨의 설명에 “알고는 있다”면서도 여러 차례 안내견 입장을 거절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해당 식당 본사 측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한 프랜차이즈 식당이 시각장애인 안내견의 출입을 거부해 또 한번 논란이 됐다. 지난해 서울의 한 롯데마트에서 훈련 중인 안내견의 출입을 막아 논란이 된 후로 약 7개월이 흘렀지만 같은 문제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보조견이 소형견이나 골든두들(스탠다드 푸들과 골든 리트리버의 교배종) 등인 경우엔 그 고충이 더 크다.

"보청견은 일반 반려견으로 오해 많아"

현재 장애인 보조견의 종류는 시각장애인 보조견을 비롯해 △청각장애인 보조견 △지체장애인 보조견 △치료도우미견 △노인도우미견 등이 있다.

그중 청각장애인 보조견은 청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면서 초인종 소리와 화재경보, 전화 소리 등을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보통 소형견이 활동하고 있지만 안내견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일상 속 제약이 보다 크다. 반려견으로 오해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청견 ‘럭키’와 함께하고 있는 이소라(34)씨는 “소형견은 보조견이라고 생각하기보단 일반 사람들이 데리고 다니는 반려견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이곳저곳에서 많이 거절당한다”고 토로했다. 럭키는 소형견의 일종인 슈나우저다.

슈나우저 '럭키'는 청각장애인 보조견이다.(사진=이소라씨 제공)


이씨는 "보조견이라는 설명부터 시작해 보조견 아이디 카드를 내밀어도 '말도 안된다'며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럴때 끝까지 싸워서 겨우 들어가곤 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한 상태라 들어가도 찝찝하다. 즐기러 갔다가 싸우고 올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경험을 한 건 보조견 '구름이'와 함께하고 있는 원서연(33·여)씨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버스를 이용하다 불쾌한 경험을 했다는 원씨는 "장애인 아이디 카드를 보여줘도 (버스 기사가) 하차하라는 손짓을 했다"며 "소리를 지르는 것도 같았지만 무시하고 그냥 버스를 탔는데 내내 불만스러운 눈빛이었다"고 전했다.

이후 원씨는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했고 버스 기사로부터 사과의 연락을 받았다. '보조견에 대한 상식이 없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는 내용이었다.

원씨는 "분명 구름이는 보조견 조끼도 입고 있었고 탑승할 때 보조견 안내 카드와 설명서 등을 보여줘서 기사가 읽기도 했는데 몰랐다는 말은 거짓말 같다"며 "항상 보조견이라고 안내하면서 다니는데 모른다고만 하니까 억울하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이어 "소형견을 보조견이라고 인식하지도 않을 뿐더러 안내서를 보여줘도 잘 읽어보지 않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원체 노출도 많이 되고 관심도 어느정도 큰 편인데 (다른 보조견들은) 피해를 당해도 그런 관심이 없어 참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사진=원서연씨 제공)


입양 문의 꾸준히 느는데...보조견 양성도 녹록지 않아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조견 양성도 쉽지 않다.

현재 국내에 있는 장애인보조견 훈련기관은 단 2곳 뿐이다. 그 중 유일한 민간 기관인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는 1992년 처음 보조견을 입양보낸 이래로 지금까지 총 329마리의 보조견의 훈련과 입양을 도왔다. 현재는 40여마리의 보조견이 훈련 중에 있다.

하지만 훈련사는 단 4명 뿐이다. 경력있는 보조견 훈련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보니 연세가 지긋한 협회장까지 나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운영비 또한 넉넉지 않다. 협회가 설립된 지 30여년이 됐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것은 10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이삭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사무국장은 "협회가 생겨난 이후로 한 번도 운영비 걱정을 하지 않은 적이 없다"며 "경기도와 보건복지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지만 많이 부족한 관계로 직원들의 월급도 다 못 주고 있다. 이에 협회장이 사비를 들여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국장은 이어 "운영비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와 증액 요청을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줄이려고 하는 상황"이라고 씁쓸해 했다.

반대로 입양에 대한 문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 국장은 "다양한 장애를 가진 분들의 요구가 특히 증가하고 있다"며 "예컨대 기존의 지체장애인 도우미견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대상으로 물건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보행을 할 때 옆에서 보조를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고 정신적인 장애 및 공황장애를 가진 분들이 심리적 안정을 위해 문의를 한다"고 설명했다.

홍보 절실히 필요해...거부땐 강력한 조치도 있어야

이에 당사자들은 보조견에 대한 홍보가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씨는 "광고 노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억할 수 있고 인지도 할텐데 그런게 전혀 없다"며 "광고 등을 통한 홍보도 필요하고 초등학교때부터 학교에서 보조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장애인 보조견은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체, 청각, 치료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씨는 이어 "시각장애인 도우미견 혹은 시각장애인 보조견 출입 가능을 알리는 마크가 장애인 보조견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시각장애인 보조견만 있다는 인식이 너무 강하지만 모든 장애인 보조견이 어디든 출입 가능하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보조견을 거부할 경우 보다 강력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원씨는 "2018년에 영국에 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가장 놀랐던 건 모든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기차를 타는 등 별다른 제약 없이 행동했던 것"이라며 "청각장애인 보조견이란 사실도 당연히 인지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승차 거부를 한 택시기사는 해고를 당하고 법적인 처벌까지 받았다더라"고 전했다.

원씨는 그러면서 "보조견 거부에 대한 민원을 제기해도 사과 한 마디로 끝내는 우리나라와는 달랐다"며 "국내에서도 영국처럼 해고 등의 강력한 조치가 있다면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는 계기라도 마련이 될텐데 이 같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아쉽다"고 언급했다.

/스냅타임 심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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