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文대통령 취임 후부터 현충원에 태극기 반입 안된다?

현충원 "태극기 반입·애국가 불가능 주장 사실 아냐"
국가묘지법 제20조 따라 '국립묘지 존엄 해친 경우' 퇴거 조치
국기법 제11조... '혐오감 주는 방식' 태극기 활용 안돼
  • 등록 2021-05-18 오전 12:25:02

    수정 2022-01-19 오후 4:19:24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비슷한 내용을 담은 두 개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현충원의 애국가 태극기 금지를 공식사과하고 거짓으로 국민을 우롱하지 마십시오'라는 제하의 청원글을 게시한 A씨는 "5월 4일 애국 국민 두 분이 태극기를 갖고 현충원에 갔지만 믿지 못할 안내를 받았다"며 "현충원에 태극기도 못 들고 가고 애국가도 못 부르게 했다. 이는 '경건하지 못해서'라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A씨는 "이를 알게 된 또 다른 엄마가 5월 9일 두 딸을 데리고 현충원에 갔지만 똑같은 내용의 안내를 받았다"며 "이렇게 태극기 반입과 애국가 부르기가 금지된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부터다"고 주장했다.

비슷한 주장을 담은 '현충원 태극기 소지입장 금지와 애국가 금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B씨는 "지난 9일 아이들을 현충원에 데려갔던 어머니가 바로 저입니다"라며 "태극기를 둘렀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 당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충원 측의 제지에 맞서 아이들을 데리고 갈 것이라 주장하자 이런 지시를 내린 청와대에 따지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문재인 대통령님이 이런 명령을 내린 것이 맞냐"고 물었다.

이 글은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여러 곳으로 공유되고 있다.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문 대통령 취임 후부터 현충원 내 태극기·애국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맞는지 팩트체크 해보았다.

지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현충원 태극기 소지입장 금지와 애국가 금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는 17일 기준 약 84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출처=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문 대통령 취임 후부터 현충원 내 태극기·애국가 불가능하다? → '전혀 사실 아님'

가장 먼저 현충원에 사실을 확인했다.

국립 서울현충원 선양팀 관계자는 "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것을 가장 우위에 두고 있다"며 "일반인이 참배의 목적으로 태극기를 가져오거나 애국가를 부르는 것은 당연히 허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정치적 목적으로 태극기나 애국가를 활용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며 "이는 지난해 5.18 행사에서 극우성향의 인사 지만원 씨가 논란을 일으킨 후부터 예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18일 지 씨는 "5.18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폭동"이라며 "김대중 졸개들과 북한 간첩이 함께 일으킨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에 현충원 관계자는 "현충원의 취지와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정치적 발언 및 행위는 제한한다"며 "이러한 예규는 현존하는 여러 법적 근거들에 따른 것"이라 설명했다.

확인 결과 실제로 현충원은 '국립묘지'로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다.

국립묘지법 제20조 '국립묘지의 존엄 유지' 조항은 '누구든지 국립묘지 경내(境內)에서는 가무(歌舞)·유흥(遊興), 그 밖에 국립묘지의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국립묘지의 경건함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추모(追慕)음악회 등 현충 선양 활동은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립묘지관리소의 장은 제1항을 위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이를 제지하거나 경외(境外)로 퇴거시킬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국립묘지법 제20조에 따르면 국립묘지관리소의 장은 제1항을 위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이를 제지하거나 경외로 퇴거시킬 수 있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이에 따라 만약 지난 4일과 9일 현충원 방문객들이 위 규정에 의해 국립묘지의 존엄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했다면 현충원 측에서는 이를 제지하거나 경외로 퇴거시킬 수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실제로 지난 방문객은 미라처럼 온 몸에 붕대를 감고 '부정선거 철회' 등의 피켓을 달고 있었다"며 "같이 방문한 남성 역시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피켓을 들고 있는 등 정치적 목적이 뚜렷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린 아이들과 함께 현충원을 방문한 학부모 역시 앞선 두 사람과 비슷한 시기에 방문했고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극기를 망토처럼 두르는 것은 큰 문제가 될만한 사항은 아닐 수 있다"면서도 "다만 앞서 정치적 목적을 보인 두 분과 비슷한 시기에 방문한 점 등 여러 면을 고려해 입장을 제한한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국기법에 따라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식으로 태극기를 활용하는 경우도 현충원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국기법 제11조 '국기 또는 국기문양의 활용 및 제한'에 따르면 국기 또는 국기문양(태극과 4괘)은 각종 물품과 의식(儀式)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활용이 제한되는데 △깃면에 구멍을 내거나 절단하는 등 훼손하여 사용하는 경우와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현충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입장이 제한된 방문객의 경우 맨 몸에 붕대를 메고 선글라스를 걸치거나, 태극기를 온 몸에 두르고 정치적 문구가 적힌 피켓을 가져온 것 등 일반 국민에게 다소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는 것.

또한 망토처럼 태극기를 두른 모습 역시 태극기를 국기봉에 감아 가져오는 것 등의 일반적인 태극기 소지와 거리가 있었기에 입장이 제한되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한민국국기법 제 11조에 따르면 국민에게 혐오감을 주는 방법으로 국기를 활용하는 경우 활용이 제한될 수 있다.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반면 '2017년 문 대통령 취임부터 관련 예규가 생긴 것이 맞는지'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관계자는 "그런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5.18 행사에서 지 씨가 논란을 일으킨 이후로 국가묘지법 제20조 등을 근거로 예규를 만들었다"면서도 "법적으로 현충원에 관련한 사항은 현충원장이 정한다. 청와대는 이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확인 결과 예규의 바탕이 된 국가묘지법의 경우 '2008년 3월 28일' 전면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7년 문 대통령 취임과는 관련이 멀다.

국기법 역시 2014년 1월 28일 시행된 뒤 일부 개정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문 대통령 취임과는 거리가 있다.

현충원 관계자는 "현충원 내에 얼마나 많은 태극기가 있는데, 국민이 현충원에 태극기를 가져올 수 없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5.18 행사 등 정치적 목적으로 현충원의 존엄성을 해칠 수 있는 사안이 발생하는 것 같다"며 "이에 따라 참배 분위기를 저해하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는 국회의원들이 몇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양지혜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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