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주류업체가 자사 제품 대표 소주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에서 16.5도로 0.4도 낮추고 패키지 디자인도 바꿔 출시하기로 발표했다. 이는 작년 5월 또 다른 주류업체가 알코올 도수를 기존 17도에서 16.9도로 낮춘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독한 술로 알려진 위스키 시장 역시 저도주 열풍은 마찬가지다. 한 유명 주류기업에서는 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 최초로 32.5도의 저도주 위스키 선물 세트를 출시한 바 있다.
알코올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허성태 원장은 “주류업계의 저도주 마케팅의 이면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주류 트렌드인 홈술과 혼술이 반영되어 있다”라면서 “집에서, 혼자, 가볍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음주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성태 원장은 “저도주 마케팅은 술을 독하다고 생각하고 꺼리는 소비자에게 음주에 대한 심리적 접근성을 낮추기 위한 전략 중 하나”라며 “젊은 층이나 여성과 같은 가볍게 음주를 즐기려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원장은 “저도주는 결국 음주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을 줄여 술에 대한 경각심을 무뎌지게 만든다”라면서 “아무리 알코올이 적게 든 술이라도 술은 그래도 술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쉽게 취하지 않는다고 자주 마시다 보면 자연스레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잘못된 음주 습관이나 음주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