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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탄핵심판 대상인 총리, 국무위원, 각 부처 장관, 감사원장 등 고위직 공무원들이 임기를 마치면 자리를 잃거나 임명권자를 통해 해임되는 등 어떤 형식으로든 비위나 실책에 대해 책임을 요구받게 되는 것과 비교해봐도, 한 번 임용되면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한 신분이 보장되는 법관의 탄핵이 없었던 점은 이례적입니다.
하물며 탄핵대상에 묶이는 다른 고위직들에 비해 훨씬 많은 2900여명(2020년 기준)에 이르는 법관 수, 틈만 나면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지는 사법부의 이상한 판결 논란 등을 고려하면 국회에서 법관 탄핵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사실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책임’서 자유로운 대한민국 법관
헌법 제106조에 따라 탄핵이나 금고 이상 형을 받지 않는 한 법관은 파면되지 않습니다.
여기에 법관징계법이 규정한 법원의 판사에 대한 최고 징계수위는 정직 1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대 공화주의 국가체제의 한 축이라는 사법부의 권위와 특별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법관의 잘못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편은 오로지 국회의 탄핵 뿐입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두 차례 시도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는 사실은 몹시 불합리해 보입니다.
해외 사정은 우리와 다릅니다.
미국은 1803년 이후 연방법관만 모두 15명이 탄핵소추 당해 8명이 상원에서 탄핵 결정을 받아 파면됐습니다. 사유는 자의적인 재판 지휘, 권한 남용, 탈세, 절차 방해 등 다양했습니다.
일본은 심지어 일반 국민도 탄핵소추를 청구할 수 있으며 이 덕에 1948년부터 2007년까지 법관의 탄핵 소추를 신청한 국민이 89만여명이나 됐습니다. 실제로 이 가운데 9명이 탄핵소추돼 7명이 파면당했습니다.
두 나라의 긴 헌정사를 감안하면 손에 꼽을 수 있는 수만이 파면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최소한 제도적으로 비위 법관을 내쫓을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 크게 다릅니다.
“사법농단 판사 아무 불이익 없이 퇴임 우려, 국회서 탄핵해야”
이번에 21대 국회의원 107명이 이같은 전례 없는 법관 탄핵을 제안한 일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같은 사정 때문입니다.
이들은 그 유명한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산케이신문 기자 사건과 관련해 재판 개입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1심 판결에서는 직권남용권리해사방해죄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났지만, 법원은 이들이 판결문 유출 등 반헌법적 행위를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임 판사가 판결 선고 전 내용을 보고하라고 지시해 이동근 판사가 판결 내용을 유출한 것은 사실이라는 것입니다.
이 의원은 이들이 탄핵되지 않으면 올해 아무런 불이익도 없이 퇴임해 변호사 활동을 하고 전관예우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에서 반드시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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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는 삼권분립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이같은 균형이 좀처럼 제대로 갖춰지는 것을 보기 힘듭니다.
군부정권이 사법부마저 마음대로 주무르던 군사독재 시절을 지나 정치적 민주주의가 도래한 뒤에는 국회의 권위주의와 사법부의 전횡이 끊임없이 시비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고위 공직자에 대한 여전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사법이라는 절대 권력은 숱한 논란에도 민주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책임을 지는 경우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에 대한 국회의 이번 탄핵 시도와 그 결과에 더욱 주목하게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