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욕구 불만’으로 범행? 지나친 단순화”

8차 사건 재심 변호인, 경찰 발표 범행 동기에 의문 제기
‘욕구 불만’은 단순화…연쇄살인마 된 원인 드러나길
“재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 예정…직접 동기 묻고 싶다”
  • 등록 2020-07-05 오전 12:10:00

    수정 2020-07-05 오전 12:10:00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변호인인 박준영 변호사가 이춘재의 심리에 대한 경찰의 분석 결과에 일부 의문을 제기했다.

화성연쇄살인범 이춘재. (사진=연합뉴스)
박 변호사는 지난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전날 경찰이 지난 발표한 이춘재 사건 수사결과에 대해 평가했다.

박 변호사는 “경찰의 이번 사건 수사가 있었기 때문에 이춘재의 자백이 가능했고 (8차 사건) 재심이 가능했다. 많은 분들이 굉장히 고생하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춘재 사건 수사 결과 가운데 ‘이춘재가 본래 내성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삶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못하다가 군대에서 처음 성취감이나 주체적 역할을 경험했는데 군 제대 후에 또다시 단조로운 생활로 욕구불만 상태에 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대목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춘재 범행 동기에 대해 경찰은 욕구불만으로 결론을 내린 건데 이건 너무 단순화시킨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정리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이춘재가 잔혹한 살인범이라고 하더라도 뭔가 변명하는 어떤 범행 동기라는 게 있기 마련이다. 그런 범행 동기를 들여다보면서 우리 사회 법과 제도의 변화, 사람에 대한 인식 등 여러 가지를 얘기해볼 수 있는데 (이렇게 정리된 게)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심 법정에서 이춘재에게 직접 범행 동기에 대해 묻고 싶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8차 사건 재심에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변호사는 “왜 이 사람이 연쇄살인범이 됐는지에 대해 법정에서 질문 좀 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서 정말 악마가 나오게 된 과정과 원인에 대해서 국민들이 알고, 우리가 (연쇄살인범이 나오지 않도록) 뭘 좀 바꿔 봐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 “이춘재가 저지른 다른 범행 중 초등생 실종사건의 경우 재심 사건은 아니지만 법정에서 몇 가지라도 물어서 유가족 분들한테 도움이 되는 상황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8차 사건 재심 결과에 대해 “판사님이 특별기일을 지정해가면서 빨리 심의하고 있는데, 올해 12월 또는 내년 1월이면 결론이 나올 것 같다”고 전했다.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복역한 윤모씨가 재심 첫 공판 출석을 위해 지난 5월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하동 수원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했다. 박모(당시 13세) 양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 진범으로 몰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모(52)씨는 복역 도중 감형돼 수감 20년 만인 2009년 8월 출소했다.

지난해 이춘재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모두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고 윤씨는 그해 11월13일 수원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현재까지 두 차례 재판이 진행됐으며 이달 21일 3차 공판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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