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의 무능을 비판하면서 쓴 글이다. 그러면서 “사사건건 꼬투리 잡아 환상의 허수아비 때리기에 혈안”이라며 “적당히들 하라. 현실을 바라보자”라고 적었다. 황 대표는 ‘n번방 호기심’, ‘키 작은 사람은 들지 못하는 비례 투표용지’ 등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지적을 “꼬투리 잡았다”고 여긴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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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이 논란이 되자 황 대표는 유튜브를 통해 “이를테면 양형을 고려할 때 등에 관한 일반론적인 답변이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도 “텔레그램과 암호화폐라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황 대표가 일반적인 음란물 열람사건 등의 경우를 연상해 실수한 것”이라고 두둔했다.
“호기심은 이렇게나 위험하다”
하지만 잘 몰랐다고 해도 문제다.
황 대표의 발언은 중장년층 기득권 남성이 n번방 사건을 어떻게 보는지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과 맞물려 법조인 출신인 그의 발언은 실언이라기보다 잘못된 인식이 드러난 것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게 한다. 실제로 황 대표의 법무부 장관 이력을 언급하며 비판 목소리를 내는 누리꾼의 댓글도 다수 보였다.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으로 n번방 사건의 법무부 태스크포스(TF) 대외협력팀장을 맡은 서지현 검사는 황 대표 발언에 ‘사이코패스’를 언급하며 반박하기도 했다.
“4월 14일 밤 12시까지 제발…”
당연히 통합당 내에서도 반응은 싸늘했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황 대표의 ‘n번방’ 발언을 듣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의원도 지원 유세를 마친 뒤 “4월 14일 밤 12시까지 제발 수도권 민심에 역행하는 실수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일 “키 작은 사람은 자기 손으로 (비례 투표용지) 들지도 못한다”고 말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황 대표는 지난해 자당 의원들의 막말과 실언이 잇따르자 “심사일언(深思一言)이라는 사자성어처럼 발언에 주의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국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발언을 하다 보면 말실수나 막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엔 반대로 황 대표의 발언 이후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함께 ‘텔레그램 n번방 근절’ 공동 TF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미 엎질러진 물, 어떻게 수습하느냐가 남은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