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美中 무역전쟁…각국 중앙은행 금리인하 '고민'

무역전쟁 美 경제도 타격..연준 금리인하 가능성 언급
뉴질랜드, 필리핀 등 신흥국 중앙은행 잇따라 금리 인하
  • 등록 2019-06-03 오전 12:00:00

    수정 2019-06-03 오전 12:00:00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경은 김정현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 대치를 이어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고민에 빠졌다. 전반적인 수요부진에 무역전쟁까지 겹치자 글로벌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신흥국 중앙은행에서는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인하를 예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중앙은행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내에서도 경기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역전쟁 美 경제도 타격

미국이 일으킨 무역 전쟁에 미국 경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연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30일 한 행사에서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 변화가 미국 경제에 심각한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경우 리스크 매니지먼트 차원에서 금리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처드 클라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부의장 [사진=연준]
클라리다 부의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 경제가 하강 국면에 들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미국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징후인 장단기 금리차 역전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경제지표들이 보여주는 전망 또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미국의 5월 제조업 PMI 지수는 50.6을 기록, 지난달 52.6보다 크게 떨어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9월 이후 약 10년만의 최저치다. 특히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던 헬스케어 등 서비스 활동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는 2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0%에서 0.6%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주 JP모건은 2.25%던 전망치를 1%로 대폭 내려 잡았다. 애틀란타 연방준비은행의 전망치 역시 1.3%에 머물러 있다. 2분기 미국의 성장률이 부진할 것임을 예고하는 숫자들이다.

다만 경제 전망을 좌우할 최대 변수인 무역전쟁이 언제 어떻게 결론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게 걸림돌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 총재는 “금리 인하는 우리 시장과 경제의 불확실성을 추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흥국 중앙은행 잇따라 금리 인하

신흥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향후 인하를 예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지만 한은은 요지부동이다.

블룸버그 집계와 각국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인도,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5월엔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가 차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호주도 아직은 역대 최저인 1.50%를 유지하고 있지만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조동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지난달 31일 금통위에서 3년만에 ‘인하’ 소수의견을 내면서 지난해 11월 금리인상 이후 이어진 만장일치 금리 동결 기조에 변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주열 한은 총재는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다. 소수의견을 금통위 시그널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지금은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금리인하는 시기상조’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한은이 미중 무역정쟁이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거나 반도체 경기가 회복하면 하반기 경기회복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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