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산’에 올라 끝없이 뻗어나가는 산맥 줄기를 감상하기, ‘아프리카스러운’ 오지 마을의 전통가옥에서 하룻밤을 지내기, 해변에서 서핑하다가 펭귄과 함께 일광욕하기...지루한 일상의 때를 말끔히 씻겨줄 이 일탈 행위들의 공통점은 바로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넬슨 만델라와 테이블마운틴, 월드컵과 ‘부부젤라’로 익숙한 남아공은 넓은 땅덩이만큼이나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여행자에게 제공한다. 그 중 4가지 이색적인 경험을 여기서 소개한다.
'드라켄즈버그', '용의 산'과 하나가 되는 경험
산의 경치에 매력을 느끼는 여행자라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드라켄즈버그(Drakensberg)’이다. 아프리칸스어로 ‘용의 산(Dragon's mountain)'이란 뜻을 가진 이곳은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다양한 멸종 위기종 및 고유종, 방대한 암벽화(bushman painting)로 인해 산 일부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해발 3000m가 넘는 봉우리들이 산맥으로 쭉 이어지는 이곳에선 산을 구경하기보다 직접 올라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악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드라켄즈버그 근처 숙소에서 매일 아침 제공하는 트레킹 일정에 참여하면 전문 가이드,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당일치기로 산을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이 1220m의 수직암벽이 5km 이상 이어져 원형극장처럼 보이는 '앰피시어터(Amphitheatre, 3050m)', 봉우리가 대성당의 꼭대기 모양을 한 '커씨드럴 피크(Cathedral Peak, 3004m)' 등의 다양한 코스가 있으며, 소요 시간은 왕복 4~5시간에서 8~9시간까지 코스별로 다양하다.
아침 일찍 트레킹을 나갔다가 오후 늦게 숙소로 돌아와서 먹는 식사와 시원한 음료, 그리고 숙소 주변으로 펼쳐지는 드라켄즈버그 산맥의 경관. 드라켄즈버그는 삶의 기쁨이 가깝고 단순한 것에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드라켄즈버그 가는 길
드라켄즈버그는 북부, 중부, 남부로 나눠져서 찾아가는 길도 다양하다. 자차가 있다면 북쪽의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나 남쪽의 더반(Durban) 양쪽에서 모두 이동이 가능하다. 차가 없는 여행자라면 ‘바즈 버스(Baz Bus)'를 이용해 이전 숙소에서 드라켄즈버그 숙소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바즈 버스 대신 장거리 버스를 이용해 피터마리츠버그(Petermaritzburg)나 해리스미스(Harrismith) 같은 드라켄즈버그 근처 도시에 내린 후 드라켄즈버그 쪽 숙소에 픽업을 요청할 수도 있다.
'불룽굴라', 단순한 생활 속에서 가까워지는 사람과 자연
남아공에 ‘아프리카스러운’ 모습을 기대하고 온 여행자라면 그 도회적인 모습에 실망할 수 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발전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아직까지도 아프리카의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한 귀중한 장소가 남아 있으니, 바로 ‘불룽굴라(Bulungula)’이다.
불룽굴라엔 원뿔 모양 지붕의 집들이 푸른 언덕에 듬성듬성 박혀 있고, 마을 앞 바다에는 ‘와일드 코스트(Wild Coast)'라는 이름처럼 크고 성난 파도들이 연일 몰려온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통신은 기대할 것도 없고 그나마 태양열을 이용해 최소한의 전기만 사용한다. 화장실은 당연하게도 재래식이고, 샤워는 파라핀 연료와 성냥을 이용해 직접 물을 데우면 짧게나마 온수 이용이 가능하다.
이런 점들이 불룽굴라에서의 생활을 단순하게 만든다. 날이 좋으면 숙소에서 제공하는 봉사활동이나 액티비티(승마, 카누 등)에 참여하거나 숙소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비가 올 땐 별 수 없이 숙소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공용 공간에서 다른 여행자와 얘기를 한다. 그러다 날이 어두워지면 거실에 빙 둘러앉아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열 명 남짓한 여행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불룽굴라에 오기까지 각자 어떻게 여행을 해왔는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최근의 국제 이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등. 각자가 자신의 나라의 대표라도 된 마냥 ‘비정상회담’을 하다 보면 밤이 깊어가는 줄 아무도 모른다.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는 20km 이상 떨어진 ‘커피 베이(Coffee Bay)’로 해안 트레킹을 떠나는 것이다. 푸른 풀로 뒤덮인 언덕을 오르다가 풀을 뜯는 말들과 조우하고,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을 걸으며 바닷물에 발을 담글 수도 있다. 또 언덕과 언덕 사이에 숨겨진 보물 같은 해변을 발견하기도 하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민가에서 나온 아이들과 노래를 부르며 걷기도 한다. 그렇게 해질녘쯤 커피 베이 숙소에 도착하면 하루의 피로를 씻겨줄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다. 허겁지겁 빈속을 채우고 숙소 뒤편 언덕에 올라 지는 해를 바라보면 오늘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는 평안함이 찾아온다.
*불룽굴라로 가는 길
'뮤젠버그' '볼더스 비치', 서핑과 펭귄이 있는 바다
살면서 한 번쯤은 서핑을 배워보고 싶었다면, ‘뮤젠버그(Muizebberg)'로 가보자. ‘케이프타운(Cape Town)’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이곳의 해변은 얕은 수심과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로 수많은 서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서핑 강사는 이곳이 세계에서 서핑 배우기 가장 좋은 10곳 중 하나라고 말한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숙소 앞으로 펼쳐진 넓은 해변은 서핑을 배우는 사람, 능숙하게 파도에 올라타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핑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근처 숙소나 서핑 장비 렌탈샵에서 진행하는 서핑 레슨을 신청할 수 있다. 2~3시간의 레슨을 받고 나면 능숙하진 않아도 혼자서 파도를 탈 정도의 능력은 갖추게 된다. 그 후엔 장비만 빌리면 말 그대로 ‘바다가 놀이터’다. 파도는 끝없이 밀려오니 지칠 때까지 원 없이 보드를 탈 수 있다. 한 번 파도 위에 올라타 바람을 가르는 맛을 보면 그 중독성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루만 머물려던 게 이틀이 되고, 그렇게 1주일이 ‘순삭’되는 곳이 뮤젠버그다. 서핑보드와 파도가 있는 이곳은 이미 천국이다.
서핑을 하다가 잠시 한숨 돌리고 싶다면 펭귄을 보러 가보는 건 어떨까. ‘아프리카에서 무슨 펭귄이야’ 싶겠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뮤젠버그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30분만 내려가면 ‘사이먼스 타운(Simon's Town)'이 나오는데 이곳의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에는 ’자카스 펭귄‘들이 서식하고 있다. 10~20℃의 따뜻한 해류에서 사는 이 펭귄들은 평소 덤불 속에서 지내다가 먹이를 잡으러 바닷물로 들어가거나 모래사장에 가만히 서서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다. 그리고 해변의 일부는 관광객에게도 개방돼 있어서 펭귄 옆에서 같이 일광욕을 하는 진기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펭귄에게 너무 가까이 가면 펭귄이 화가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뮤젠버그와 볼더스 비치로 가는 길
뮤젠버그와 볼더스 비치 모두 케이프 반도의 최남단인 ‘희망봉’으로 가는 길 위에 있는데 케이프 타운에서 멀지 않다. 차로 가면 뮤젠버그는 30분, 볼더스 비치는 1시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다. 차가 아니어도 케이프 타운에서 사이먼스 타운까지 운행하는 기차를 통해 쉽게 도착할 수 있다. 특히 뮤젠버그부터 사이먼스 타운까지는 기차가 왼쪽으로 바다를 끼고 달리기 때문에 아름다운 해변 풍경을 감상하며 이동할 수 있다.
/스냅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