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폐경’ 대신 ‘완경’이란 말을 써주세요

'월경이 완성됐다'는 뜻의 '완경'
갱년기 어머니 보고 사업 시작
이제는 '완경 문화'로
  • 등록 2019-03-03 오전 12:51:13

    수정 2019-03-06 오후 3:38:23

‘갱년기를 겪는 어머니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달고리란 곳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다. 권예은(27) 달고리 대표는 완경 박스를 통해 갱년기를 겪는 우리네 어머니들을 응원한다. 완경박스는 경기청년협업마을에서 진행한 SSM(Super Social-venture Make)캠프를 통해 처음으로 소개됐다.

이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완경 박스’ 프로젝트를 소개했고, 연이어 목표금액을 초과 달성했다. 작년 7월에 등록한 프로젝트의 경우 목표한 금액을 15배 초과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권 대표는 “앞으로 완두콩 파티(완경파티), 강연을 통해서도 완경을 알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완경은 ‘월경이 완성되다’는 의미다. 완경은 여성의 신체 변화를 축하해주자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 원래 완경 대신 주로 폐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권 대표는 스냅타임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폐경이라는 단어에 ‘마감하다’, ‘닫히다’라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폐경 대신 완경이라는 단어를 널리 알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완경박스
달고리에서 출시한 완경박스 (사진=달고리 인스타그램)


갱년기라는 단어 꺼내는 게 어려운 사회 분위기

권 대표는 ‘갱년기를 겪는 어머니를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선물을 찾아봤지만 마땅한 것이 없어 발로 뛰며 직접 ‘완경박스’를 제작했다.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직접 설문조사도 했다. 어머니들을 만나 ‘갱년기’에 대해 물었지만 충분한 답을 얻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어머니들은 ‘갱년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꺼려했다. 갱년기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여성성’을 상실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갱년기에 대한 가족 전체의 무지로 이어진다. 자신조차 갱년기를 ‘갱년기’라 부르지 못하니, 주변 가족들 역시 어머니가 갱년기를 겪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달고리 권예은 대표
달고리 권예은 대표가 완두콩 파티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 = 달고리 제공)


크라우드 펀딩 연이어 대박

달고리는 3차례에 거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에 참여했다. 1차는 목표 금액(200만원)의 3배를 넘기며 성공했다. 이어 진행된 2,3차 펀딩은 목표 금액(200만원)의 15배나 초과달성해 대박을 터트렸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자연스레 ‘완경’이라는 의미도 알려졌다. 이어 월경박람회에도 참여하며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권예은 대표는 10여회 걸쳐 직접 강의를 하며 완경에 대한 의미를 알렸다. 그 결과 작년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크라우드펀딩 시민투자오디션’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어 같은 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완경박스 속 소책자
완경 박스 속 소책자를 펼친 모습 (사진 = 달고리 제공)


“당신의 이름을 알고 싶어요”

완경 박스엔 소책자가 담겨있다. 우선 소책자에는 보내는 이가 받는 이에게 쓸 수 있는 편지지가 담겨있다. 보내는 이가 편지를 써서 받는 이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또한 소책자를 넘겨보면 완경 여성이 또 다른 완경 여성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야기 형식으로 이어져 있어 마치 작은 동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권대표는 “갱년기가 오면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며 “우울감, 스트레스를 겪는 갱년기 여성을 위로해주기 위해 소책자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완경 박스는 갱년기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약 10가지의 상품들로 구성돼 있다. 대표적으로 완경 뱃지, 손수건, 석고방향제가 들어간다. 권예은 대표는 “최근 완경 박스 리뉴얼 중에 있다”고 밝혔다. 완경박스는 판매 시, 주문을 받아 수작업을 거쳐 제공한다.

완두콩 파티
달고리에서 완두콩 파티를 연 모습 (사진=달고리 제공)


완경, 이제는 문화

‘완경’이라는 단어에는 변화를 수용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스스로가 ‘갱년기’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권대표는 “단어가 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완경이라는 단어가 확산돼 거리낌 없이 완경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달고리는 작년에 ‘완두콩(완경, 두 번째 인생 시작, 콩그래츄레이션) 파티’를 열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권대표는 “완두콩 파티를 더 발전시켜 ‘새로운 문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스냅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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