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라인업] 새해 김환기·앤디워홀 등 몰려온다

2017년 미술계 주요 전시를 살펴보니
삼성미술관 리움 '김환기 회고전' 눈길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기획 반영한
'앤디 워홀'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도
  • 등록 2017-01-02 오전 5:03:00

    수정 2017-01-02 오전 5:03:00

올해 4~8월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할 김환기의 ‘영원의 노래’(사진=삼성미술관 리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지난해에는 김환기의 작품이 국내 미술품 최고가 행진을 연달아 이어가며 천경자·이우환 등 위작논란으로 시끄러웠던 미술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정작 김환기의 작품을 볼 기회는 드물었다. 첫 외국인 수장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바로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색깔이 묻어나는 전시를 내보이기에는 준비기간이 짧았다.

2017년 정유년의 미술계는 좀 다르다. 김환기의 화업을 되돌아보는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마리 관장이 본격적으로 준비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새로운 전시가 막을 올린다. 단색화 이후 한국 화단의 트렌드를 모색하기 위한 다양한 전시가 미술 애호가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한국 최고가 작가 김환기의 모든 것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은 오는 4월부터 8월까지 수화 김환기(1913~1974)의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김환기의 작품은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전면점화 ‘19-VII-71209’가 47억 2100만원에 낙찰되면서 한국 미술품 경매사를 새로 쓰기 시작했다. 당시 박수근의 ‘빨래터’가 가지고 있던 45억 2000만원의 최고가 기록을 깬 것이다. 이후 김환기의 작품은 경매에 나설 때마다 최고가를 경신한 끝에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노란색 전면점화 ‘12-V-70 172’로 국내 작가의 작품 최초로 60억원의 벽을 넘어섰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김환기 작품의 낙찰총액은 415억원에 달했다. 112억원으로 2위를 차지한 박서보보다 303억원이 많다. 김환기 회고전에는 리움이 소장 중인 ‘영원의 노래’ 외에 지난해 경매에서 새 주인을 찾았던 작품들을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9~12월에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 후 첫 서예전인 ‘필(筆)과 의(意): 한국 전통서예의 미’ 전을 계획하고 있다. 추사 김정희를 비롯해 서예거장의 작품을 통해 한국 미술문화 속 서예의 역사·미적 가치 등을 재조명할 예정이다.

추사 김정희 ‘예서대련, 호고유시’. 오는 9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여는 ‘필과 의: 한국 전통서예의 미’ 전에서 볼 수 있다(사진=삼성미술관 리움).


◇앤디 워홀·이집트작가전…마리 관장 색깔 낸다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2016년 전시는 이미 부임 전에 기획한 것이라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웠다”며 “2017년과 2018년 전시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마리 관장의 의도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을 채운다.

먼저 선보이는 전시는 오는 2월부터 5개월간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여는 ‘앤디 워홀: 그림자들’이다. 팝아트의 선구자인 앤디 워홀(1928~1987)이 1978년 제작한 ‘그림자들’ 연작 102점을 한꺼번에 전시한다.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그림자들’은 워홀이 추상화에 대한 초기 실험을 구체화한 작업으로 뉴욕현대미술관과 스페인의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 등에서 전시하며 주목받았다.

앤디 워홀의 대표작 ‘그림자들’. 올해 2월부터 5개월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선보인다. 지난해 스페인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에 전시한 전경(사진=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


오는 4월부터 7월까지 서울 중구 정동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여는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1938~1965)’ 전도 마리 관장이 심혈을 기울인 전시다. 1930년대 이후 이집트의 전위예술운동을 보여줄 전시는 이집트가 근대독립국가로 성장한 뒤 활성화한 아방가르드예술운동의 궤적을 통해 제3세계의 미술이 어떤 방식으로 서구의 예술운동과 연관을 맺고 독자적으로 발전해나갔는지를 보일 예정이다.

이외에도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덕수궁관에서 여는 ‘신여성’(가제) 전은 개화기와 일제강점기 당시 ‘신여성’을 근대 시기의 다양한 사회·문화·경제현상 속에서 고찰한다. 김은호·김인승·나혜석·이인성·이쾌대·장우성·천경자 등이 그린 200여점의 작품과 관련 자료를 선보인다.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영국의 대표적 팝아트작가인 리처드 해밀턴(1922~2011)을 회고하는 전시도 11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연다. 인간의 기대·소비·욕망의 생성과정에서 이미지의 재생산과 작동방식에 주목한 작가의 작품 80여점을 소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인 나혜석의 ‘무희(캉캉)’. 오는 10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여는 ‘신여성’(가제) 전에 출품할 예정이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포스트 단색화’ 모색한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는 오는 2월부터 ‘포스트 단색화가’로 불리며 재평가받는 오세열 화백의 회고전을 열어 ‘단색화’ 이후 한국화단의 트렌드를 제시한다. 이어 5월에는 5·18광주의 참상과 시위현장, 철책선 등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친 손장섭 작가의 개인전을, 8월에는 1980년대 초 민중미술그룹인 ‘임술년’에서 활동했던 송창 화백의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이외에도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현대는 1970년대 말부터 대구를 무대로 비디오작업을 하며 한국적 비디오아트를 개척한 박현기(1942~2000)의 회고전을 올 초에 열 예정이다.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는 2월부터 3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2015’ 수상자였던 안규철의 개인전으로 새해 전시를 시작한다. 이어 ‘해방 1세대 작가’로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적 화풍을 펼쳤던 권영우(1926~2013) 화백의 개인전을, 5월에는 영화감독이자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박찬경의 신작을 공개한다.

김은호 ‘미인도’. 오는 10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여는 ‘신여성’(가제) 전에 출품할 예정이다(사진=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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