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지분’ 넓은 일부 다세대주택 해당
강남권 등 같은면적 아파트보다 2억 더 비싸[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난달 말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에 있는 ‘대성하이츠빌라’ 전용면적 68.5㎡형은 6억 3500만원에 팔렸다. 지난 1990년에 입주한 이 다세대주택은 서울숲과 접해 있고 인근에 카페거리 등 상권이 형성되고 있어 서울 평균 아파트값(5억 5000만원선)을 뛰어넘는 높은 가격에도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그런데 불과 200m 떨어진 곳에 있는 ‘성수현대’(271가구) 전용 69.21㎡짜리 아파트는 현재 4억 8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주택시장에서 대세대·연립주택은 환금성이나 생활·주거 편의성 등이 떨어져 같은 지역, 동일 면적이라면 보통 아파트보다 가격이 20~30% 싸다. 하지만 대성하이츠빌라는 같은 성수동1가에 있는 아파트보다 오히려 1억 5000만원 이상 비싸게 매매됐다.
가격 역전의 비밀은 ‘대지지분’에 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좁은 부지에 많은 가구수를 짓기 때문에 주택별로 배정된 땅의 비율인 대지지분이 가구별 전용면적보다 작은 게 일반적이다. 특히 아파트는 대지지분이 전용면적의 30~50% 선에 불과하다. 그러나 일부 다세대주택은 전체 부지 면적에 비해 가구수가 적어 주택별 대지지분이 전용면적보다 오히려 넓은 경우가 종종 생겨난다. 이처럼 대지지분이 넓어 많은 땅을 확보한 다세대주택은 아파트보다 가격이 오히려 더 비싸게 매겨지는 것이다.
실제 대성하이츠빌라 전용 68.5㎡형은 대지지분이 73.62㎡인데 비해 성수현대 전용 69.21㎡형은 32.34㎡로 지분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성수동1가 중에서도 서울숲 인근은 3.3㎡당 땅값이 3000만원에 육박하고 있어 40㎡가 넘는 대지지분 격차는 1억원이 넘는 집값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현상은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한 강남권 빌라 밀집지역에서도 나타난다. 1987년에 완공돼 입주 30년 차인 서초구 방배동 ‘동문빌라’는 낡은 다세대주택이지만 지난 1월 전용 68.13㎡짜리가 9억 5000만원에 팔렸다. 인근 ‘방배우성’아파트 전용 84㎡형(7억 2000만원선)보다도 2억원 이상 비싸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방배5구역에 속한 동문빌라의 대지지분은 71.33㎡로 방배우성아파트(43.15㎡)의 1.65배에 달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서는 대지지분에 따라 입주할 아파트의 평형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분이 클수록 가치가 높고 추가분담금도 줄일 수 있다”며 “다만 대지지분만 보고 입지가 좋지 않은 연립·다세대주택을 매입하면 정비사업 추진 속도가 더디거나 일반분양이 어려워져 손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