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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은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을 경영의 우선가치로 두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었다. 이를 위해 철강사업의 경쟁력과 관계없거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겠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몸집을 줄여야 할 판에 나온 산업은행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권 회장은 처음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뒷짐을 쥐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매각대금이 1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는 동부제철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주로 중국업체들. 기술유출 우려뿐 아니라 중국에서 인수하면 가뜩득이나 공급과잉인 국내 컬러 강판 시장이 더 혼탁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면서 ‘러브콜’을 하고 있는 것도 쉽게 뿌리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가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지분 20~30%를 사고, 나머지 70~80%는 산은이 투자하겠다는 것. 동부발전당진의 경우 포스코가 우선매수협상권을 갖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으로 재무 구조가 악화하면서 ‘방만 경영’으로 비판받아온 포스코가 철강 공급과잉 속에서 동부제철 인천공장까지 인수하면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 국내 컬러강판 시장은 유니온스틸이 연산 70만t 생산으로 1위,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45만t, 포스코는 자회사 포스코강판을 통해 30만t을 생산한다. 포스코가 인수하면 국내 1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 공급과잉 속에서 선두는 특별한 의미를 찾기 어렵다. 해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 등 시너지를 내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
포스코는 일단 산은의 제안을 검토해 본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 28일 산업은행이 제안한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인수안과 관련해 비밀유지약정서(CA)를 맺었다. 한 달 정도 대내외 전문가들의 실사와 분석을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포스코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당장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약정서 체결 소식이 나온 지난 28일 포스코 주가는 전날보다 3% 가까이 떨어졌다.
포스코 안팎에서도 권 회장 취임을 계기로 정치적인 변수나 외압으로부터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내부 경쟁력 강화에 어느 때보다 집중할 때라고 보고 있다. 혁신을 내세우며 ‘위대한 포스코’ 건설에 나선 권 회장이 이번 인수전을 지휘하며 어떤 명분과 실리를 챙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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