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5th 스페셜]삼성과 골드만삭스의 밀월

M&A에도 짝꿍이 있다
  • 등록 2011-11-03 오전 10:26:00

    수정 2011-11-03 오전 10:26:00

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02일 13시 4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인수합병(M&A)이 기업 성장을 이끄는 가장 효과적 수단임은 이미 입증됐고, 성공적 M&A를 위한 파트너(자문사) 선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포천이 글로벌 500대기업의 10년간(2000~2009년) 경영성과와 총 1034건의 주요 M&A를 분석한 결과 고성장 기업군중 M&A를 적극 활용한 기업의 연평균 총주주수익률(TSR)은 14.2%로 자생적 성장을 취한 기업의 수익률(11.9%)을 웃돌았다. 채권발행시장이나 주식발행시장에서도 기업과 주관사의 남다른 관계가 눈에 띄기도 하지만, M&A시장에서는 더욱 도드라진다. 특히 대주주 입김이 강한 한국의 재벌구조는 M&A시장에서의 남다른 밀월관계를 만든다는 분석이다.
▲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2009년 11월. 골드만삭스의 삼성 사랑(?)이 눈에 띄게 부각된 사건이 발생했다. 골드만삭스가 대한생명 기업공개(IPO) 공동 대표주관사에 선정된 지 불과 일주일만에 자진 철회 의사를 밝힌 것이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철회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대한생명이나 삼성생명 IPO 주관사 자격에 `중복금지조항`이 있어 삼성 딜을 따내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이었다고 판단했다. 결국 한 달이 채 안 돼 골드만삭스는 삼성생명(032830) IPO 대표주관사로 선정됐고, 2010년 5월 증시 상장을 마무리하며 짭짤한 수익도 가져갔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생명 상장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막대한 부를 거두는 한편 삼성그룹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로서는 삼성생명 이전에 아시아시장에서 생보사 상장주관을 맡은 적이 한 번도 없는 만큼 값진 수확이었다. 4조9000억원 규모의 삼성생명 상장은 지난해 전세계에서 이뤄진 IPO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골드만삭스는 삼성그룹을 위해 서울지점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삼성 딜이라면 무조건 뛰어들고, 그룹 쪽에서도 신뢰가 두터운 것 같아요. 우리같은 국내 증권사들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 계열증권사인 삼성증권도 찬 밥 신세인 걸요.” 시장관계자들은 골드만삭스가 맡는 딜의 80%가 삼성 관련 딜이라고 말한다.

사실 삼성그룹은 M&A시장에서 까다롭기로 소문난 클라이언트다. 상당수준까지 M&A가 진척돼 있더라도 관련 언론보도 한 줄에 딜을 뒤엎곤 했다고 알려진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어느 정도 규모의 인수합병을 염두에 두는지 패를 보이지 않고, 투자은행(IB)으로부터 정보제공을 원한다고 한다. 혹자는 이 부분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가장 큰 애로로 꼽기도 했다. 그런 삼성이 골드만삭스와는 왜 이렇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오는 걸까.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골드만삭스와 삼성그룹의 인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7년말 외환위기가 닥친 직후 삼성그룹은 그룹 비서실 해체와 구조조정본부를 설치하며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1998년 2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존 코자인 골드만삭스 회장을 승지원에서 만나 수십억달러의 자금유치를 논의하기도 했고, 10조원대의 보유부동산 개발을 위해 골드만삭스와 합작 부동산개발사 설립도 추진했다. 당시 삼성차 채권단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삼성생명 지분 20% 해외매각`도 골드만삭스가 맡았다.   결국 골드만삭스는 12년뒤에야 삼성생명을 성공적으로 증시에 데뷔시키며 삼성그룹의 최대 골칫거리 해결사 역할을 마무리지었다. 이쯤되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처럼 삼성그룹의 해체 위기 속에 다져진 골드만삭스와의 인연이 남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골드만삭스는 1992년 한국에 서울사무소를 개설한 지 6년만이자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 사무소를 서울지점으로 승격, 한국시장의 중요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승격은 존 코자인 전 골드만삭스 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만난 지 10개월만이자 삼성과 긴밀한 여러가지 딜이 진행되던 시기에 이뤄졌다.

현재도 삼성이 진행중인 딜의 대부분을 골드만삭스가 맡고 있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라는 중차대한 의미가 있는 삼성카드(029780) 보유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주관하고 있다. 삼성카드가 내년 4월까지 팔아야만 하는 에버랜드 지분의 장부가치는 1조1000억원을 웃돈다. 특히 에버랜드가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라는 중요도와 비상장사로서의 가치산정, 투자자 모집 등 쉽지 않은 난관이 많아 이번 에버랜드 지분매각을 성공적으로 진행한다면, 골드만삭스에 대한 삼성의 무한사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상생에 떠밀려 매물로 나온 아이마켓코리아(122900)(IMK) 매각 주관도 골드만삭스의 몫이다.   골드만삭스의 한국에서 M&A시장 점유율은 10월 기준으로 16.9%로 지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회복했고,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과 아이마켓코리아 매각을 성사시킨다면 적지 않은 추가 실적을 가져갈 전망이다. 에버랜드, 삼성SDS, 삼성석유화학 등 굵직한 비상장 계열사의 IPO도 줄지어 있다. 골드만삭스 측은 “글로벌 M&A시장점유율 1위인 우리로서는 전세계적으로 큰 딜과 좋은 기업을 찾아다닌다”며 “투자은행들이야 기본적으로 큰 기업을 도우려 하고, 그 기업과 신뢰를 쌓으면 같이 일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CJ는 모간스탠리를 좋아해

또 다른 미국 투자은행(IB)인 모간스탠리는 CJ(001040)그룹과 각별하다. CJ그룹이 2007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공정거래법상 자회사로 보유한 금융계열사를 2년이내 매각해야 했다. 2008년 3월 CJ그룹은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 매각 자문을 모간스탠리에 맡겼다. 당시 코스모투자자문 인수가 틀어져버린 롯데그룹을 비롯해 ING, 한화, 유진 등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었지만, 결국 현대중공업계열 현대미포조선이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의 주인이 됐다. 매각가격은 무려 7480억원으로 이들의 순자산(2330억원)의 3.2배에 달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비싼 몸값이었다.

핵심 계열사를 울며 겨자먹기로 팔아야 했던 CJ그룹은 바로 몇 달 뒤 오리온 그룹 계열사인 온미디어 인수에 나선다. 이번에도 모간스탠리 손을 잡았다. CJ의 주력계열사인 CJ오쇼핑(035760)은 온미디어 지분 55.2%를 4345억원에 사들이는데 성공한다. 온게임넷, OCN, 투니버스, 바둑TV 등을 보유한 온미디어 인수로 인해 CJ그룹은 초대형 MSP(케이블방송과 프로그램 공급을 겸영)로 거듭나게 됐다.

그리고 지난 6월. 쟁쟁한 경쟁자인 포스코-삼성 컨소시엄과 롯데를 제치고, 초대형 매물인 대한통운(000120)을 인수할 때도 모간스탠리가 톡톡한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본입찰을 불과 사흘 앞두고 삼성그룹이 돌연 경쟁자인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여파로 CJ측 공동 인수자문사였던 삼성증권이 자문계약을 해지하는 등 위기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높은 인수의지 못지 않게 끝까지 함께한 모간스탠리의 인수자문 덕에 CJ는 삼성그룹에서 분할된 이후 사상 최대의 조단위 M&A의 승자가 됐고, 딜 클로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쑥쑥 크는 우리투자와 포스코

골드만삭스-삼성이나 모간스탠리-CJ그룹 관계 못지않게 국내 토종 증권사로 기업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오는 증권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우리투자증권은 포스코, 코오롱 등의 주치의를 자임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은 국내 증권사에게도 기회였다. 6조~8조원규모의 대우조선해양(042660)을 눈독 들이던 포스코(005490)우리투자증권(005940)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비록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이뤘던 GS의 이탈로 딜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각별한 인연은 계속됐다. 이후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047050) 인수전에 함께할 파트너로 우리투자증권을 다시 선택, M&A의 승자가 됐다. 올해도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일찌감치 우리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포스코 계열이 된 대우인터 역시 모기업처럼 포스코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자신들이 보유한 교보생명의 지분 24% 처리방안을 모색하는 자문사로 우리투자를 택했다. 이처럼 최근 포스코 계열의 최근 주요 대형딜에서 우리투자증권의 이름은 빠진 적이 없다.
한 IB업계 전문가는 “국내 증권사 가운데 우리투자증권이 M&A와 어드바이저리(자문) 분야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투자증권은 2008년이후 M&A시장에서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2008년 2.7%에 그쳤던 시장점유율은 매년 2배가량 성장, 2011년 10월 현재 19.5%로 2위에 올랐다.

지난해 최대 매물이었던 현대건설(000720) 딜을 계기로 향후 동양종금증권(003470)과 현대그룹과의 관계도 주목된다. 당시 동양종금증권은 현대그룹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 최대 7000억원의 실탄을 쏘아주기로 했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리던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의 인수전에서 과감히 다윗 편에 선 것이다. 동양증권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웬만한 증권사들이 다 달라붙어 인수금융 등을 해주겠다고 나섰던 상황”이라며 “현대그룹에 베팅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회상했다.

현대그룹이 자금출처 논란과 현대차의 압박 등 우여곡절 끝에 우선협상대상자에서 밀려나며 쓴 잔을 마시긴 했지만, 앞으로 동양과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취약한 순환출자형 지배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룹의 특성상 동양증권이 제공할 수 있는 솔루션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훈 삼정투자자문(SIA) 전무는 “외국의 경우 주관사 한 곳과 꾸준히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는 절반 정도이고, 나머지는 M&A할 산업에 맞는 전문 자문사를 찾는다”며 “한국의 경우 이사회가 아닌 대주주 입김이 강해 주관사 한 곳과의 꾸준한 관계 설정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경우 주주의 전체 이익이 아닌 대주주의 이익을 좀 더 반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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