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월가의 투자자들은 저축률 상승에 되레 실망감을 내보였다. 지금 당장 경제위기에서 빠져나오려면 무엇보다 소비확대가 절실한데 소비자들이 되레 저축을 늘리고 있어 걱정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미 상무부는 26일(현지시간) 5월 미국의 개인소득이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1.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1년래 가장 높은 증가세다.
5월 소비지출도 석달만에 오름세로 돌아서 0.3%의 증가세를 기록했다. 소비지출 증가는 미 경제에는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소득 대비 지출 증가세가 크게 뒤처진 점은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특히 미국 가계가 가처분소득 가운데 지출비중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다보니, 미국의 5월 저축률은 15년래 가장 높은 6.9%까지 치솟았다.
◇ 오바마 부양책으로 5월 개인소득·개인지출 동반 증가
미국의 5월 가계소득은 1.4% 증가했다. 미 상부무는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7870억달러의 경기부양책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개인소득 증가에 힘입어 소비지출도 3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비가 미국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지출 증가세는 고무적일 수 밖에 없다.
니겔 콜드 IHS 글로벌 인사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완만한 소비지출 증가라도 경제성장에 시동을 걸기에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 미국 저축률 15년래 최고..월가 투자자 시큰둥한 반응
그러나 미국의 저축률이 급등세가 말해주듯이 미국 가정들은 최근 소비활동에 매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소비지출이 급격히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뉴욕증시는 3개월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소비지출 보다는 이날 저축률 급등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고, 다우 지수는 급등 하루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5월 실업률은 6.9%를 기록, 전월 5.6%에 비해 1.4% 포인트나 껑충 상승했다. 이는 1993년 이래 15년래 가장 높은 수치이다. 특히 미국의 저축률은 2005년부터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2007년까지만해도 1%를 밑돌며 거의 제로 수준을 나타냈다. 당시엔 미국 경제가 붐을 이루고 집값이 급등세를 보인데 힘입어 자신의 소득이나 능력 이상으로 소비를 즐기던 미국인들이 상당수에 달했다.
그러나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의 리세션이 진행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자세가 크게 바뀌었다. 우선 집값 하락으로 주택의 담보가치가 떨어지면서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대규모 실업사태까지 몰아치자 미국 가정들은 미래 불활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있다.
◇ 소비가 살아나려면 주택가격 하락과 실업사태 멈춰서야
또 가계의 소비를 제약하는 가장 요인중 하나가 실업사태인 만큼 미국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위해선 고용시장 안정도 필요하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5월 25년래 최고인 9.4%까지 상승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당초 올해 실업률이 8% 밑에서 억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조만간 10%를 돌파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언제쯤 하락할지 예측할 수 없지만, 새로운 고용이 더뎌지고 있어 실업률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체이스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은 조금씩 소비지출을 늘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소비를 제약할 요인들이 많을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나설 것이란 기대감은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월가에선 이날 5월 소비지출이 증가세를 보인 점과 미시간대의 6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상승세를 기록한 점을 들어 미국의 경제위축이 최악의 국면만큼은 벗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니겔 콜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노동시장 악화추이가 덜 심화될 것으로 보여, 올 하반기들어 소비지출은 느리겠지만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