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다면 100명이면 100명 모두 은행을 털러 강도가 침입한 장면 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외환은행의 이라크 아르빌 지점에서는 늘상 있는 풍경이다. 자이툰 부대를 따라 아르빌까지 간 외환은행이 벌써 지점 개설 3년차를 맞이했다. 그 사이 지점장도 한번 바뀌었다.
▲ 구영주 외환은행 아르빌 지점장 | |
그는 처음부터 아르빌 지점에서 근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구 지점장은 "2대 아르빌 지점장을 뽑는 사내 공문에 장교 우대라는 내용을 본 순간 확 끌렸습니다"라며 "아무래도 장교출신인 제가 간다면 부대내 장병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죠"라고 얘기를 시작했다. 구 지점장은 학군사관후보생(ROTC) 19기 출신이다.
마침 사촌동생이 자이툰 부대 1진으로 파견됐다가 임무를 마치고 국내에 돌아와 아르빌에 대한 얘기를 소상히 전해준 터였다. 구 지점장은 인생의 전환점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도 21년간 국내 근무만 해온데다 특히 본점 근무를 오래해 전환점이 필요했습니다"며 "아르빌에서 근무하면 급여를 두배 정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었죠"라고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비행기를 탔는데 창 밖의 풍경이 하늘 한번, 땅 한번 번갈아가면서 보이는게 거의 청룡열차를 탄 느낌이었습니다"라며 "멀미가 날 즈음에 도착해 내리니 이번에는 확 느껴지는 더위가 건식 사우나에 들어앉아있는 것 같더라구요"라고 회상한다.
구 지점장은 아르빌 지점에 도착하자마자 인테리어를 바꿨다. 35평 남짓한 공간에 내부도 깨끗했지만 개점한지 2년이 되면서 내부 인테리어가 많이 낡았다고 판단했기 때문.
카운터 전면을 나무결 시트로 교체하고 시들어 버린 나무를 싱싱한 나무로 바꿨다. 꽃 장식도 여기저기 달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누가 봐도 전쟁터 같지 않았다.
구 지점장은 "편안한 쇼파에 시원한 음료수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어 장병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습니다"라며 흐뭇해했다.
흙먼지가 많은 지역인 만큼 전산시설 보호를 위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대신 바닥에는 붉은색 카펫을 깔았다. 실내에서 흡연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외환은행 아르빌 지점 직원은 지점장을 포함해 2명에 불과하다. 자이툰 부대를 위한 금융서비스가 주 업무다. 매월 부대 운영비를 송금받아 지급하고 아르빌 지역의 재건사업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을 현지업체에게 전달하는 업무다.
구 지점장은 아직 큰 어려움은 없다고 전했다. 아르빌에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수립돼 있어 치안도 좋고 곳곳에 건축과 도로공사가 진행되는 등 활기가 있어 바그다드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이툰 부대가 여러 재건사업과 민간 지원사업을 펼친 결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고 현지인들과 관계도 돈독하다고 했다.
구 지점장이 이곳에 부임해 오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친절한 서비스를 통해 장병들에게 외환은행이라는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는 "군 부대 근처에 외환은행 점포가 많지 않아 아직도 외환은행이 환전을 위해 가는 곳인줄로만 알고 있는 장병도 있더군요"라며 "앞으로 잠재 고객을 위해 적극 외환은행을 홍보할 생각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장병들에게 재테크 강연도 할 계획이다.
구 지점장은 "이라크에서 평화재건 사업을 담당하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의 활동에 기여하면서 세계 어느 곳에도 진출해 있는 '세계 속의 외환은행'을 만들기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외환은행 아르빌 지점에서 구영주 지점장(왼쪽)과 박정순 차장(오른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