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혈액질환 치료법으로만 여겨졌던 제대혈 이식이 최근에는 뇌질환, 만성질환으로도 치료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영역 확장의 중심에는 병원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임상연구를 해온 차바이오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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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1일 경기도 판교 차바이오컴플렉스에서 윤보현 차바이오텍 제대혈사업본부 본부장을 만났다. 윤보현 본부장은 2000년 강남차병원에 입사해 2003년 차바이오텍이 가족 제대혈은행 ‘아이코드’를 설립할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코드와 함께해왔다.
전국적인 차병원의 인프라를 바탕으로 제대혈보관 사업을 이끌어온 차바이오텍은 출생률 하락 기조 아래서도 매년 두 자릿 수의 제대혈보관 사업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제대혈보관 사업 매출도 약 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 성장했다. 제대혈보관 사업은 출산시 산모의 제대혈서비스 가입으로 처음 매출이 나오고 이후 최소 15년이 지난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할 때 추가 매출이 나오는 구조다. 이 때문에 대부분이 제대혈 신규 보관 고객임을 감안하면 제대혈 시장 자체가 크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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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늘어나는 보관건수만큼 제대혈 사용건수도 활발해질 거라는 기대감이 커진다. 특히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시작된 제대혈보관 사업이 20년째에 접어들면서 성인 제대혈 이식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적용 질환도 확장되는 중이다.
김민영 분당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뇌성마비 치료를 위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임상 연구에 있어 세계 최다 증례 보유자다. 차병원에서 진행한 뇌성마비 환자에 대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건수만 수백건이다.
윤 본부장은 “제대혈에 의한 치료반응이 좋은 소아 환자들은 손상된 뇌의 회복을 돕는 혈관생성 관련 인자(IL-8)와 뇌조직 치유 시 발현되는 선천성 면역반응물질(PTX3) 증가 등 사이토카인의 변화가 관찰됐다”며 “이는 해당치료가 뇌성마비 환자에서 뇌재생의 치료적 기전을 발휘한 것으로 보여 의미가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뇌졸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지어질 최첨단 바이오 시설 CGB(Cell Gene Biobank)도 주목할 부분이다. 윤 본부장은 “단일 시설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CGB에서 제대혈부터 NK세포, 난자와 정자 등 다양한 인체세포들을 보관할 수 있는 바이오뱅크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GB는 지상 10층, 지하 4층, 연면적 6만6115㎡(2만평) 규모로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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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본부장은 뇌질환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면역관련질환에 제대혈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같은 이유로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가족이 있거나 여러 환경적 요인으로 면역질환 발병 가능성이 있다면 출산시 제대혈 보관을 추천했다. 보관된 제대혈은 자녀 본인이나 다른 형제·자매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고, 부모도 사용할 수 있어 출산시 제대혈 보관이 부모 스스로의 질병 치료를 위해 쓰일 수도 있다(줄기세포 이식 위한 부모-자식간 조직적합성항원(HLA) 일치 가능성 50%).
그는 “앞으로 의학기술이 발전을 거듭하면 미래엔 ‘면역’이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며 “제대혈에는 줄기세포 외에도 면역세포가 다량 함유돼 있는데, 이 때문에 만성질환이나 감염질환에 대한 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만병의 근원인 세포 노화를 늦출 수 있는 안티에이징 연구가 활발해진다면 미래형 건강보험으로서 질병에 대비하는 소중한 치료자원인 제대혈의 가치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